아름다운 멀티미디어 서커스 공연 ‘보스 드림즈’에 매료되다
아름다운 멀티미디어 서커스 공연 ‘보스 드림즈’에 매료되다
  • 윤다정기자
  • 승인 2018.04.05 18:2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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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와 환상을 넘나드는 묘기로 관객들의 시선 사로잡아

▲ ‘보스 드림즈’ 공연
그림과 서커스, 극과 애니메이션이 한데 어우러진 ‘보스 드림즈’ 공연이 지난 3일 오후 7시30분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여진 가운데, 실재와 환상을 넘나드는 묘기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독특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이러한 묘기는 여러 화폭의 장면을 넘나들며 이루어져 마치 관객 역시 화폭에서 노니는 듯한 느낌을 구현했다.

해당 공연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걸작 ‘쾌락의 정원’, ‘건초수레’, ‘일곱 가지 죄악과 사말’ 등이 스크린을 통해 투사되고, 이것이 애니메이션으로, 이어 무용수들의 서커스로 결합되며 펼쳐진다.

‘보스 드림즈’는 보스가 임종을 맞이하기 직전의 순간으로 시작된다. 이어 한 교수가 보스의 그림을 스크린으로 띄워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투사된 그림은 애니메이션으로 변모되며, 서커스의 향연으로 전개된다. 중간중간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은 이 공연의 극 중 역할도 동시에 해낸다. 극 중 주요하게 다뤄지는 달걀, 딸기, 열쇠 등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데, 설명과 함께 눈여겨볼 만한 극 중 요소로 등장한다. 현란하면서도 절제된 서커스를 좇다 보면 어느새 보스가 임종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난다. 낭만적인 낙원과 어두운 전시(戰時) 상황의 공존도 표현되는데, 이는 보스의 그림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주제의식과도 맥을 같이한다.

 
보스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백일몽, 일장춘몽, 극락과 나락이 함께하는 세계, 매혹과 쾌락의 향연….

극 중 교수는 이에 명쾌하게 답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관객 역시 이를 고민하게 만든다. 혹여 답이 나왔더라도 확인할 길은 없다.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년경~1516년)는 미술사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물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태어나고 평생을 살았던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에서 ‘보스’라는 성을 따와 화가로 활동했으며, 1480년부터 화가로 활동하고 이듬해 그보다 부유하고 지체 높은 여성과 결혼했다는 기록 등은 있다. 하지만 일기나 편지 등 그의 개인적인 기록은 남아있지 않아 화가로서의 생각이나 작품 철학 등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그는 기괴한 이미지와 화려한 색채로 유명하다. 그림을 통해 선과 악, 천국과 지옥, 유혹·매혹 등을 각종 상징물로 비유해 나타냈으며, 당시 번식의 수단으로 취급되던 성교를 주체적인 욕망의 행위로써 표현했다.

천상의 낙원인지 지옥의 나락인지 혹은 그 두 세계가 혼재해 있는지 확연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몽환적인 대형 제단화 형식의 ‘쾌락의 정원’을 비롯해 그의 작품은 15~16세기에 제작되었음에도 후대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물론, 록밴드 더 도어스(The Doors)의 보컬 짐 모리슨까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짐 모리슨은 보스의 작품 ‘바보들의 배’에서 영감을 받아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한 바 있다.

‘보스 드림즈’는 살바도르 달리와 짐 모리슨을 형상화한 캐릭터도 극 중에 등장시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무용수들의 저글링, 핸드 밸런싱, 트라피즈 등 서커스 기술은 환상적인 그림, 애니메이션, 세트와 더불어 표현되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보스 드림즈’는 보스 재단이 보스의 작품을 재조명하고자 2016년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공연단체들에게 보스의 세계를 공연으로 만들어줄 것을 의뢰해 캐나다 서커스 그룹 ‘세븐 핑거스’와 덴마크 극단 ‘리퍼블리크 씨어터’가 만들었다. 연출가 사무엘 테트로, 비디오 아티스트 앙쥐 포티에, 리퍼블리크 씨어터의 예술감독 마틴 툴리니우스 간의 협업이 빛을 발했다. 2016년 9월 덴마크에서 초연 후 네덜란드와 벨기에, 프랑스 등을 투어하며 유럽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경남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해외 우수 컨템포러리 작품을 기획해 공연장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했다”며 “기존의 전통적인 장르 공연이 아닌, 복합장르이자 예술성을 인정받는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선의 공연을 제공하고, 공연장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도모하고자 했다”며 이번 기획공연 의도를 밝혔다. 윤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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