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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아까운 사람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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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1  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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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아까운 사람

“있을 때 잘해!”

드라마 같은 데서 많이 듣던 대사다. 우스개처럼 들리지만 이 말에도 실은 깊은 철학적 진실이 담겨 있다.
‘있다’와 ‘없다’[존재와 무]는 사실 서양철학의 초창기부터 현대철학에 이르기까지 ‘파르메니데스에서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최고 주제로 탐구된 것인데 이걸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 무궁무진한 논의 중의 한 토막을 생각해본다.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격절이 가로놓여 있다. 좀 과장하자면 그것은 히말라야의 크레바스보다도 더 엄정한 것이다. 긴 논의도 필요 없다. 생명이[맥박이, 호흡이] 있다와 없다를 생각해보면 곧바로 납득이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요즘 같으면 돈이 있다와 없다, 직장이 있다와 없다가 어쩌면 더 실감나는 사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또 이런 것도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힘이 있다 없다, 명성이 있다 없다, 시간이 있다 없다, 사랑이 있다 없다, 관심이 있다 없다, 건강하다 아니다[서양철학에서는 이다와 아니다도 있다와 없다에 포함된다], 볼 수 있다 없다, 들을 수 있다 없다, 걸을 수 있다 없다, 말할 수 있다 없다, 영어를 할 수 있다 없다, 한자를 읽을 수 있다 없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다 없다, 골프를 칠 수 있다 없다, 피아노를 칠 수 있다 없다…등 그야말로 한도 끝도 없다. 이런 것들이 얼마나 우리들 인생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지는 굳이 두말할 필요조차도 없을 것이다.

내가 철학적 방법론으로 강조하는 이른바 ‘결여가정’을 적용해보면 그 엄청난 의미가 즉시로 부각돼온다. “만일…이 없다면, …이 아니라면…” 그 결과를 동요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있고 없음은 아마도 문제 중의 문제일 것이 틀림없다. 거창한 인류의 존망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어떤 누군가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 사람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 조직 내지 사회 전체에 있어서 특히 그 질을 결정함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인이 된다.

링컨이 없는 미국, 셰익스피어가 없는 영국, 르누아르가 없는 프랑스, 베토벤이 없는 독일, 그리고 덩샤오핑이 없는 중국, 세종이 없는 한국…등 뭐 더 이상의 예가 필요할까? 애당초 인물이 없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있고 없음은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보통은 그 사람의 소중함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없어지고 난 다음에 아쉬워한들 소용이 없다. 부모의 존재도 그런 것이고, 자식의 존재도 그런 것이다. 위인의 존재도 그런 것이고 친구의 존재도 그런 것이다. 동료와 선·후배도 역시 그렇다.

직장에서 오랜 세월 고락을 같이했던 동료 선배들이 하나둘 정년으로 곁을 떠나고 있다. 게중에는 그 빈 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분들도 없지 않다. 당연한 듯 곁에 있었던 그분들의 학식과 인품은 하루아침에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그 만큼의 크기로 다시 채우기는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보다 더 훌륭한 후배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건 이미 종류가 다른 것이다.

뉴스에 보면 이른바 황혼이혼 같은 것도 적지가 않은가보다. 한평생 참다가 더 이상 못 견디고 막판에 떠나고 마는 것일 게다. 게중에는 바람이나 주정이나 심지어 폭언, 폭력으로 선량한 배우자를 괴롭힌 사례들도 있을 것이다. 떠나고 난 뒤에 아쉬워한들 소용이 없다. 그게 아닌 사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저 한 마디가 실은 철학적 진리가 되는 것이다.

“있을 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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