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천한 사람이란?
칼럼-천한 사람이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4.16 19:2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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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천한 사람이란?


인도에서는 세습적 계급 제도를 카스트(Caste)라고 한다. 카스트는 대체로 4개의 계급으로 분류된다. 인도에서는 카스트를 산스크리트 어로 '색'을 뜻하는 ‘바르나’라고 부른다. 계급의 최상층은 브라만(Brahman:승려), 다음은 크샤트리아(Kshatriya:귀족,무사), 다음은 바이샤(Vaishya:농민,상인,연예인), 최하층은 수드라(Shudra:수공업자,하인,청소부)이다. 계급에 따라 결혼, 직업, 식사 따위의 일상생활에 엄중한 규제가 있다. 가장 불결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수드라 밑에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현재 하리잔, 즉 ‘신의 아들'로 불리며 이 이름은 간디가 그들에게 붙여 주었다. 현재는 2,500종 이상의 카스트와 부카스트로 나뉜다. 많은 카스트 개혁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불가촉천민에 대한 박해가 현재 법으로 금지되고 있지만, 카스트 동맹은 여전히 인도에서 강력한 정치적·사회적 세력으로 남아 있고 또한 새로운 카스트가 계속해서 신분의 벽으로 형성되고 있다.

인도에 카스트 제도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사(士)·농(農)·공(工)·상(商)의 네 계급이 있었다. 즉 양반과 상놈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천하다’라고 할 때 우리는 사전적 정의로 ‘지위나 지체가 낮다’ 혹은 ‘말이나 행동이 상스럽다’란 의미로 받아들인다. 대개는 전자처럼 ‘지위나 지체’가 낮은 사람을 ‘천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불교의 경전인 ‘숫따니빠따’에 보면 〈천한 사람의 경(Vasalasutta)〉에서 부처님께서는 ‘천한 것은 지위나 지체 때문이 아님’을 밝히고 계신다. 부처님께서 사와띠(사위성)로 탁발(托鉢)을 나갔을 때, 바라드와자(Baharadvaja)라고 하는 바라문이 부처님을 ‘천한 놈(vasalaka)’이라고 비난했다. 이유는 승단에 불가촉천민들을 받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부처님께는 ‘천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 조건은 무엇인지를 묻자, 바라문은 “모릅니다. 말씀 해 주십시오”라고 해서 전해지게 되었다. 부처님의 위대함 중 하나는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뒤집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의 질적 변환을 일으키는 탁월한 능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한 예를 ‘천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다.

부처님은 태어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아니라, “행위로 인해 천한 사람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그 옛날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경전 속 부처님께서 천한 사람으로 언급하는 것 가운데, 우리의 현실에 맞는 부분만을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화를 내고 원한을 품으며, 악독하고 시기심이 많고 소견이 그릇되어 속이길 잘 하는 사람. ②생명을 해치고 생명에 자비심이 없는 사람. ③남의 것을 제 것이라고 하며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사람. ④빚이 있으면서도 갚을 빚이 없다고 하는 사람 ⑤몇 푼 안 되는 물건 때문에 길가는 사람을 살해하고 빼앗는 사람 ⑥증인으로 나가서는 재물 때문에 거짓 증언을 하는 사람 ⑦폭력으로 남의 아내를 빼앗거나 그릇된 사랑에 빠져 친지나 친구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사람 ⑧자신은 풍족하게 살면서 늙고 쇠약한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 사람 ⑨부모와 형제자매, 배우자나 그 부모를 때리거나 욕하는 사람 ⑩유익한 충고를 구하는 사람에게 불리하거나 불분명하게 말해주는 사람 ⑪나쁜 일을 하면서 그것을 숨기는 사람 ⑫남에게는 대접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을 접대하지 않는 사람 ⑬사소한 물건을 탐하여 거짓을 말하는 사람 ⑭자신을 칭찬하고, 타인을 욕하며 스스로 교만에 빠진 사람 ⑮남을 화내게 하고 이기적이며, 악의적이고 인색하고 거짓을 일삼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 ⑯바르게 수행하는 출가나 재가의 제자들을 헐뜯는 사람 ⑰깨닫지 못한 사람이 깨달았다고 주장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거나 대중적 인기를 누린다고 해도 그 사람은 ‘천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TV나 신문의 큰 뉴스들이 ‘천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 사람들을 볼 때 마다 구역질이 난다. 얼마 전 모처럼 TV를 틀었더니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무당이라 하는 사람이 모 방송국에서 취재차 찾아갔는데 줄행랑을 치는 것을 보고 정말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런 사람에게 몇 억씩 돈을 갖다 바치는 사람이 있으니 세상은 요지경 속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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