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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백주에 종전이라니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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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1  18: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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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백주에 종전이라니

나는 1960년에 태어났다. 그리고 68년에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학교 교문에 반공 방첩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북한을 '북한괴뢰도당'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학교에서 가르쳤다. 학교 벽이라는 벽에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문귀와 그림이 도배를 했었다. 이승복 어린이가 무장공비에게 용기를 내어 했다는 그 말이었다. 태어나서 해야만 하는 지상과제가 '괴뢰도당' 북한을 깨부수는 것으로 교육받았다. 방공 포스터 그리기, 반공 글짓기 대회, 반공 웅변대회, 등, 우리 세대는 반공이 지상과제였다. 워낙에 성격이 맹목적 낙천적이라 대회의 상을 휩쓸었다.

국민학교 시절을 보내는 중에 가장 인기 있었던 노래는 새마을 노래였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 가꾸세…’ 이른 아침부터 이장이 확성기로 들려주었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 학교갈 준비를 했다. 얼마나 습관적으로 불러 제꼈던지 지금도 자주 흥얼거리게 된다. 선친이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인데 선친이 초가지붕의 용마루를 짚으로 엮고 있을 때 모르고 그걸 가로질러 뛰어넘으면 그날은 죽었다.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있었겠지. 초가지붕은 잘 갈았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한 해 동안 집안의 밥만 축내는 구박덩이로 있다가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게 된다. 아직 나이가 공장에 취업을 해서는 안 되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돈을 벌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또 나이가 취업 적령기가 되었지만 한글은 알아야 일을 할 수 있으니 국민학교는 졸업해야 되는데 그마저 안 되는 사람들은 또한 위장취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당시엔 그런 식의 위장취업이 더러더러 있었다. 면접관은 내 얼굴을 보며 피식 웃고는 취직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 그게 인정이 되어 모범사원 상을 받기도 했다. 왠지 부끄럽다.

공장에서도 북한은 증오의 대상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북한은 때려죽여야 하는 철천지원수였다. 거기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다행이도 내가 일한 공장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곳이어서 여러모로 작업환경이 비교적 좋았다. 이에 나는 상급학교 진학을 꿈꾸며 주경야독을 시작하고 83학번으로 대학 진학을 하게 된다. 최초로 북한에도 사람이 산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게다가 북한이 표방하는 공산주의 내지는 사회주의라는 것이 실은 매우 이상적인 정치제도라는 것도 알게 된다. 대놓고는 아니지만 북한에 대한 연구하고 동의하는 이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런 저런 걸 알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의 대북한 증오는 여전했다.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대학교 2학년 교양과목을 마치며 나는 소설을 쓰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내 의식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반미 반전 소설을 쓰서 등단을 한다. 워낙에 인정이 많고 낙천적인데다 배우기를 잘하는 긍정성까지 한몫했다. 내 인류애는 북한 사람들의 순박함을 이해하게 되고 반면에 만연한 자본주의를 극도로 경계하기에 이른다. 지금은 제왕적 재벌들을 타파하는 일이 내 사명이고 거기에 작가적 일생을 묻기로 결의하고 살고 있다. 감사하고 후회 없다.

그래도 그렇지 종전이라니!!! 종전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금기어 중에서 최고의 금기어이지 않았나? 주변 강대국의 눈치를 보느라 종전이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있어서야 말이지. 여태도 우리는 그런 말을 이렇게 대놓고 하면 ‘잡혀가는’ 줄 안다. 실제 그런 때가 있었지 않은가 말이다. 진짜 꿈인가 생신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이야말로 역사적인 대사건인 것이다. 위대한 역사 그 자체다. 그 역사를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 감동이다. 인생이 감사하다, 진정 문재인 정권이 감사하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 사실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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