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53-섬 탈출
도민칼럼-지리산향기53-섬 탈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09 18: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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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섬 탈출


불과 일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지난 9월만 해도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넘어 시험 발사되는 모습을 보고 난리가 났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으로 나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사람은 마음으로 살아가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늘 변수가 많다. 앞으로는 또 어떤 변수들이 나올까? 긍정의 힘이 발휘되면 긍정의 변수가 나오고 부정하고 의심하면 생각한 대로 그리 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인 것처럼 ‘경제, 경제’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경제를 잘 일으켜줄 줄 알고 뽑은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만 불리는 꼴을 밝히는 뉴스에 기가 막혀 하고 있다. 경제는 당장 무엇인가를 한다고 바로 좋아져서 돌아가는 게 아니다. 그래서 거시적인 안목을 가진 지도자를 원한다. 오천만 인구가 장기적으로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 주는 지도자가 가장 좋은 대통령이다. 그런데 그 경제 발전은 평화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가져도 전쟁 한판이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평화를 보장하면서 경제까지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이 멀리 있지 않았다. 4월 27일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던 날, 우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해서 남북한 대치라는 국면 때문에 늘 평가절하 되었던 우리 기업의 주식이 오르고 우리 돈의 가치도 높아지는 모습을 보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나 세계 신용 평가 기관 무디스도 한국 경제의 활성화가 크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고작 일 년 운영한 정부가 이룬 성과로는 엄청난 일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인 가치를 내는 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런데 아직은 살얼음판이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자기네 대통령을 믿지 못하고 일본은 인권 운운하며 자꾸 딴지 거는 의제를 채택하라고 노골적으로 이 화해 무드를 방해하고 있다. 중국도 북한이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사방이 지뢰밭이다.

우리가 기대할 것은 결국 우리 민족뿐이다. 74억이 넘는 세계 인구 중에서 같은 말을 편히 쓸 수 있는 민족이 몇이나 되는가? 말과 행동을 서로 직감으로 알아듣는 민족이 얼마나 되는가? 우리가 통역자 배석 없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라는 북한뿐이다. 4월 27일 도보다리에서 두 정상만이 대화를 나누던 그날, 유난히 밝게 재잘거리던 새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늘 긴장이 팽배했던 판문점에서 그런 평화로운 장면을 보게 되다니 코끝이 다 시큰했다.

만약 우리의 이 화해무드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어 꼬인다고 하더라도 우리끼리는 꼬이지 말자! 남북한 철도 연결 문제는 유엔의 제제와는 상관이 없다. 비영리나 비상업적 목적의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는 지난해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사실 같은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나아간다는데 유엔이 그것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유엔인가?

북미회담이 성사되어도 앞으로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어떤 싸움이든 상대가 사과를 하거나 더 안 싸우겠다고 하면 그 말을 믿고 가야하는데 ‘너 뒤에 돌멩이 감췄지? 너 지금 거짓말하지? 그러면 한번 무릎 끓어봐, 그리고 기어봐’ 라고 하면 다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변수가 많고 여전히 가슴이 두근두근하지만 우리끼리 굳건하면 이 불안한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지금은 그래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반도의 봄이 따뜻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는 관공서 부처별로 자행한 댓글 조작을 드루킹 운운하며 꼬리는 잡는 건 선거판에서는 개도 웃을 일이다.

우리는 섬 아닌 섬에서 살았다.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정전국가에서 살았다. 그러니 사람들이 갑갑해서 급한 성정을 부리고 불안해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대륙으로 우리도 시원하게 내달려보자! 세상은 생각한대로 움직인다. 경상남도도 이 기운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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