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허망함을 찾아내는 인생 공부
칼럼-허망함을 찾아내는 인생 공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29 19: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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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허망함을 찾아내는 인생 공부


우리는 임시변통으로 꿰맞추려는 생각과 조급하고 편벽된 성품부터 버려야한다. 잘 살아 보겠다고 하루 24시간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일만 하면 일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건강까지 해치게 되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삶의 속도를 조금씩 늦추어 가며 일의 노예는 되지 말자. 자기만 잘 살려하지 말고 더불어서 잘 살아가는 길로 나아가보자.

나 혼자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지옥에서도 무리를 지어 고통을 받고, 극락에서도 무리를 지어복락을 누리는 것이다. 나 혼자만의 극락이나 지옥도 없다.

이것을 범아일여(梵我一如)라 한다. 우리는 삶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들이며 미래를 향해가고 있는 여행객이다. 배움이 얕으면 여행을 하면서도 출발지와 목적지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여행자체를 즐길 수가 없다. 그러나 배움이 풍부한 사람은 어딜 가나 자유롭고 여유 있는 여행을 한다. 잘 살고 싶다면 욕심부터 버리고 마음비우는 공부를 반복해 나가야한다.

마음공부가 제대로 된 사람은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허망함을 찾아내는 인생 공부를 하여 집착의 끈을 놔버리자. 지금 취하고 있는 모든 것들도 때가되면 인연 따라 미련 없이 떠나가게 된다. 그걸 모르고 끝까지 붙잡고자 움켜쥐면 쥘수록 모습만 추하게 된다.

계절의 자연처럼, 때가되면 서운하더라도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스스로 홀연히 떠나갈 줄도 알자는 것이다. 낙화의 아쉬움은 결실의 충만함으로 보상받고, 엄동설한의 북풍한설도 인고(忍苦)의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봄이 온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욕심 부린 대가는 밤잠만 설치게 된다. 욕심 때문에 마음이 괴롭고, 원망과 성냄으로서 잠만 설치게 된다. 세상만사를 허허롭게 받아들여보자. 지금 사는 집이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간다면 그 집에서도 더 크고 더 넓은 집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지금 사는 집에서 만족해하면 지금의 집도 제법 쓸 만하고 편안한 집 아니겠는가.

모든 일이 마음공부에 달려있다. 주변에는 지식은 충분하면서도 행실이 부족한 사람도 있고 행실은 좋으면서도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선(善)이면 마땅히 서둘러서 실천에 옮겨가고, 악(惡)이면 즉각 중단하자. 학벌이 높고 유명인이면 무조건 존경하고, 학벌이 낮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면 무조건 우습게 평가해버리지도 말자.

돌이켜보면 세상을 시끄럽게 한사람들 중에는 학벌이 높고 유명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어떤 경우라도 남에게 해 끼치는 마음을 없애고, 선한 일만 분명하게 해나가면 잘사는 길이 저절로 열리게 된다. 해서 안 될 일이면 손해를 보더라도 용기 있게 즉각 중단해야한다.

잘살기 위해서는 생각이 깊고 보는 눈이 정확해야한다. 물체가 멀리 있다고 크기가 작아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 눈에는 작게 보이며, 같은 길이도 수직선이 수평선보다 짧아 보인다. 둥근 기둥도 보는 위치에 따라서 둥글게도 보이고, 사각형으로도 보이며, 혼합형으로도 보인다. 이처럼 육신의 눈은 믿을게 못됨으로 꿰뚫어 보는 지혜의 눈을 가져야한다.

내가 직접 본 것이라도 너무 과신하지말자.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때문에 기쁨과 절망을 느끼게 된다. 온종일 마주보고 있는 사람도 뒤통수는 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 눈이다.

마음공부로 혜안(慧眼),을 떠서 만물을 꿰뚫어보자. 아는 게 부족하면 삶이 고달프다.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넉넉한 마음으로 모든 걸 다 내려놓는 연습부터 해나가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우리들보다 문제가 더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미래를 향해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끝없는 향상일로(向上一路)가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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