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하실래요?
커피 한 잔 하실래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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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요즘 커피 열풍이 대단하다. 웰빙 바람을 타고 전통 찻집이 유행하나 싶더니 고급 커피 전문점들이 성업 중이다. 커피 한잔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 점심값과 맞먹는다. 점심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면 디저트로 커피를 마신 것인지 아니면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밥을 먹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다른 나라의 점심 풍경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필자는 아직도 커피보다는 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커피쯤 마시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중장년층은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는 말을 기억 할 것이다. 이성에게 데이트를 신청 할 때 사용하던 쑥스러운 멘트였다. 아! “시간 있으세요?”라는 말도 사용했었다. 왜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고 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시절 커피는 특별한 음식임에는 틀림없었다. 다방이나 커피숍에서 어렵지 않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지만 요즘처럼 커피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시절의 커피는 만남을 위한 매개체 정도의 역할을 했다.

커피는 세계인구의 1/3이나 애음하는 가장 인기 있는 음료다. 커피가 처음 전파되기 시작한 곳은 에티오피아의 케파(카파) 지방으로 추정된다. 커피의 어원을 ‘카파’로 추정하기도 한다. 15세기경에는 아라비아로 전파되고 이슬람교의 종교 의식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슬람 사제들은 커피가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고 하여 코란에 의거해 금지시켰다고 한다. 율법에 따른 엄한 벌칙에도 불구하고 커피의 음용은 급속히 퍼져 나갔다고 한다. 16, 17세기에는 유럽에까지 전파되었다고 한다. 런던에서는 1600년대에 이미 커피 전문점이 유행했다고 한다. 요즘은 대한민국은 커피에 빠졌다고 흔히들 말한다. 커피 생두의 수입이 급증하고 거리마다 커피 전문점이 넘쳐난다.

얼마 전까지 필자는 만남의 장소로 전통 찻집을 이용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가까운 커피숍으로 향한다. 만나는 이들이 커피를 원하니 내 고집만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여러 종류의 커피를 맛보게 되었다. 그저 쓴 줄로만 알았던 커피가 관심을 가지고 보니 다양한 맛이 난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이제는 커피 종류 이름도 제법 여럿 알게 되었다.

필자는 얼마 전에 인터넷을 통해 커피 그라인드와 커피 생두를 샀다. 3만 원대의 커피 그라인드와 1kg에 만 원하는 생두였다. 프라이팬을 이용해 메주콩 볶듯이 커피를 볶았다. 그리고 커피를 갈았다. 평소 사용하던 머그컵에 커피를 내렸다. 처음 만든 커피치고는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한잔을 내리기 위해 사용한 커피 생두의 가격은 고작 500원 정도였다.

주방 정리를 하다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녹차가 눈에 들어 왔다. 제자의 선물이었다. 아내와 같이 몇 잔을 마시기는 했지만 주방 한 구석에서 잊혀 가고 있었다. 제자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필자는 녹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녹차의 물의 온도를 맞추고 농도를 맞추는 정도이다. 맛이 그리 다양한 것도 아니다.

커피에 문외한인 필자가 커피 생두를 이용해 로스팅을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맛을 직접 낼 수 있다는 것은 더 할 수 없는 기쁨이다. 녹차와 커피를 함께 바라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물러앉은 녹차를 보고 있자니 아쉽고 안타깝다.

요즘은 누구 집 장맛이 좋다거나 술맛이 기가 막히니 한번 얻어먹으러 가보자는 시대는 아니다. 어디를 가나 그런 사람 사는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커피를 볶으면서 직접 만든 커피가 술맛을 장맛을 대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직접 만든 커피를 들고 “커피 한잔 하실래요?” 해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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