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개밥그릇보다 더러운 입
칼럼-개밥그릇보다 더러운 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19 18:3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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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개밥그릇보다 더러운 입


세월은 무상하여 이 순간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북풍한설이 훑고 지나갈 때는 전혀 생명이 살지 못할 것 같지만 차가운 얼음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잉태되고 있다.

꽁꽁 얼어붙는 한파를 이겨낸 후라야 파란 잎이 피어나듯이 인생살이도 그와 같다.

지난날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 원인부터 찾아내어 그것을 조명탄 삼아 어두운 미래를 헤쳐 나가는 지혜의 등불로 활용해야하며, 자신이하는 일을 성공하려면 언제나 웃는 얼굴로 정의롭고 진솔하고 품위 있는 언어를 습관화해야 한다. 품격 없는 막말은 천박하고 협소하며 편협한 자신의 인격을 드러낼 뿐이다. 존중 받고 싶으면 남을 먼저 존중하고 나의 이념과 신념이 귀중하면 상대의 이념과 신념도 똑같이 귀중함을 명심하도록 하자.

필자는 입이 거칠고 험담 많이 하는 사람치고 성공한 예를 본적이 없다.

일부 치인들의 입이 너무 거칠고 험하다보니 아이들의 입까지 거칠어지고 험악해져간다.

‘꼴뚜기는 주둥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성공하려면 자신의 입부터 깨끗이 씻어야한다.

개가 먹은 개밥그릇을 보라. 혓바닥으로 싹싹 핥아서 정말 깨끗하다. 사람 입은 개밥그릇보다는 깨끗해야한다. 품격 없는 인간은 말이 거칠고, 식탐 많은 자가 많이 먹고 많이 남겨 주변을 더럽힌다. 마음속의 잡념과 증오를 개밥그릇 핥듯 깨끗하게 닦아내자.

사람입이 개밥그릇보다 더럽다면 개만도 못한 인간이 된다. 최고의 대학을 나와 판검사 변호사를 지내던 사람들이 국정 농단의 주역이 되어 있는 모습도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2016년 보고서는 우리사회가 ‘분노의 사회’를 넘어 ‘원한의 사회’로 가고 있다고 했다. ‘불안을 넘어선 강박, 격차를 넘어선 단절, 불신을 넘어선 반감, 갈등을 넘어선 단죄’가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고 규정하였다. 정치인 중에는 늘 화난 얼굴에 입만 열면 고성과 막말의 독설과 험담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을 일삼는 자들이 있다.

그들 얼굴이 TV에 나오면 사람들은 채널을 돌려버린다. 막말은 상대의 분노를 부르고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상황으로 몰고 간다. 장님도 해 뜬 것은 알고, 귀머거리도 뇌성벽력 치는 것은 알며, 국민들도 알건 다 안다. 고위직을 누렸던 자들이 검찰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며 동문서답 하거나 재판에 응하지 않는 것도 국법을 무시한 미천한 행위다.

또 진실을 ‘덮고자’ 태극기를 앞세운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태극기는 유관순 누나와 우리 선열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해방의 날, 집집마다 골목마다 온 국토가 감격의 눈물 속에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 축제의 물결을 이루었다. 남녀노소 없이 덩실덩실 춤추며 환호했던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의 도구로 써서는 안 된다.

이제는 어깨에 태극기 망토를 두르고 온갖 위선과 허위를 가리는 도구로도 사용하지 말라. 태극기를 가짜 애국 포장용으로 쓴 것은 꼴사나운 일이며 국가상징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잃게 되어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단결시키는 일에 저해 요인이 된다.

‘보약도 관리를 잘못하면 독약이 된다.’ 모든 국민이 부드럽고 고운 언행의 모범을 보여주어 아름답고 숭고한 가치를 담고 있는 태극기의 의미와 쓰임을 회복하여 갈등을 풀고 국민통합을 이룩하는데 협조하자. 세대와 이념, 지역갈등, 안보·경제위기 앞에 지도자들이 갖춰야할 덕목은 화합과 자비의 리더십이다. 개밥그릇보다 더러운 입으로 상대를 비방하고 헐뜯으며 열등한 자신의 마음속 분풀이로 막말 악담 험담하는 것을 듣고 있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서로가 언행을 다듬어서 ‘마음엔 평화, 입가엔 미소’로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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