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사 남현숙씨 소아암 환자에 다섯 번 모발 기증
진기사 남현숙씨 소아암 환자에 다섯 번 모발 기증
  • 송교홍기자
  • 승인 2018.06.19 18:30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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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중 모발기증 이야기 듣고 실천 10년째 이어와

▲ 지난 14일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에서 근무하는 군무원 남현숙 주무관이 머리카락을 소아암 환자들의 가발을 제작하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포장하고 있다. 이번 기증은 남 주무관 인생에서 다섯 번째 기증이다.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에서 근무하는 군무원 남현숙 주무관(47)이 지난 14일, 약 2년 만에 미용실을 찾았다. 미용실은 2년 만에 찾는 것이지만, 허리춤까지 내려온 남 주무관의 머리카락은 누구보다 검고 곧았다. 미용사의 조심스러운 가위질을 거쳐 곱게 포장된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가발을 제작하는 곳으로 보내졌다. 남 주무관 인생에서 다섯 번째 기증이다.

남 주무관은 지난 1990년부터 진해 보육원에서 영유아를 위해 목욕, 청소 등의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다. “특별히 남에게 무엇인가를 베푼다기 보다는 봉사활동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다”는 남 주무관. 남 주무관은 보육원 외에도 무료급식, 교복 후원 등 봉사활동의 폭을 넓혀 왔다.

그러던 2009년 초, 남 주무관은 우연히 머리카락을 기증받아 소아암환자들의 가발을 만들어 지원하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냥 긴 머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25cm 이상의 길이에 염색과 파마(perm)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당시 이미 긴 머리를 갖고 있었고 염색이나 파마를 하지 않았던 남 주무관은 수개월 동안 머리카락을 더 기른 후 2009년 6월에 첫 기증을 했다.

이 때 처음으로 모발을 기증한 남 주무관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후로도 머리를 길렀다. 다시 기증이 가능한 길이만큼 머리카락이 자라는 데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여느 여성처럼 파마와 염색도 해보고 싶었지만, 남 주무관은 가발을 쓸 아이들을 생각하며 머리카락을 길러왔고, 최근 다섯 번째 기증을 마쳤다. 남 주무관의 이웃사랑이 10년을 이어온 것이다.

지금까지 남 주무관이 기증한 곳은 가발업체 ‘하이모’(4회)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1회) 였다. 남 주무관의 딸 지의정(18) 양도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였지만 지난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엄마를 따라 모발을 기증했다.

㈜ 하이모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새생명지원센터, 긴급헌혈봉사단 등과 함께 기증받은 모발로 가발을 제작, 항생제 투여로 인해 탈모가 오는 환자들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47세의 나이지만 새치 하나 없는 건강한 모발을 가지고 있는 남 주무관은 “앞으로도 소아암환자들을 위해 소중히 모발을 기르고 기증할 예정”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모발 기증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전했다.

남 주무관의 딸인 지의정 양은 “지난 10년 간 정성스럽게 머리를 관리해 온 엄마를 보고,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을 생각하며 동참했었다”며, “엄마가 자랑스럽고, 나도 곧 다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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