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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리어왕-최선의 의도와 최악의 결과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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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0  18: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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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리어왕-최선의 의도와 최악의 결과

“최선의 의도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 우리가 처음은 아니에요”(“We are not the first who with best meaning have incurr'd the worst”)

다사다난했던 2017년을 되돌아보며 느닷없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나오는 5막 3장의 이 명대사가 떠올랐다. 함께 감옥에 갇힌 딸 코델리아가 아버지 리어왕에게 위로 삼아 건네는 말이다. 참으로 진리가 아닐 수 없다. 다시 한 번 셰익스피어에게 고개가 숙여졌다. 그는 어떻게 이런 묵직한 진리를 알게 된 것일까. 경의를 표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는 삶의 과정에서 수도 없이 이런 경우를 보아왔다.

내 친구 S는 저 아득한 대학시절 좋아하던 한 여학생을 뒤좇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생략하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가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마침내 그 사랑을 이루었고 둘은 축복 속에 결혼했다. 두 아들을 두었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흔한 풍경이기도 하지만 그는 학위를 마친 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홀로 외로운 귀국을 감행했다. 기꺼이 기러기아빠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로서는 그게 최선의 의도였다. 그러나 그 외로움을 술로 견디다가 이 친구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부인도 그의 아이들도 완전히 무너졌다. 그가 기대했던 행복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최악의 결과였다. 그게 내가 목격한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가 빠진 그 후일담(sequel)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아직 전해 듣지 못하고 있다. 있다 한들 그게 죽어버린 그에게 더 이상 무슨 의미이겠는가.

비슷한 이야기다. 내 지인의 지인인 N은 역시 아이를 위해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보냈다. 그런데 견디지를 못하고 많은 상처를 안은 채 결국 서울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이미 공부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소위 왕따를 경험했고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에서 해봤던 마약에 다시 손을 댔다. 경찰에 들통이 났다. 그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다. 최선의 의도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역시 그 후일담이 있겠지만 그것이 저 최선의 의도가 기대했던 그 어떤 행복의 장면이 아닌 것은 분명할 것이다.

이른바 선의는 삶의 모든 장면에 넘쳐난다. 누구나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를 한다. 그 모든 것이 기대했던 최선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삶의 현실에서는 실제로 그런 경우가 너무나도 드물다. 꼭 최악의 결과는 아닐지라도 좋은 의도가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는 너무나도 흔하다. 그래서 가련한 우리 인간에게는 위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처음은 아니랍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셰익스피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들린다면 그건 작지 않은 위로가 된다. 아, 나만 그런 게, 우리만 그런 게 아니로구나…이런 게 세상의 인생의 이치로구나…그건 저 쇼펜하우어가 말했던 이른 바 ‘공감’의 기전처럼 우리에게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작은 통로를 하나 열어준다. 고전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지금도 우리들의 이 삶의 세계에서는 누군가가 최선의 의도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그러나 아마도 바로 그 최선의 의도때문에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저 리어왕과 코델리아처럼 차디찬 감옥인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셰익스피어의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 말이 그 감옥의 냉기를 한 순간 잊게 하는 작은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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