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삼촐링 마을의 茶나무
부탄 삼촐링 마을의 茶나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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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상/경남과기대 바이오과학대학장
세계지도를 펼쳐 중국과 인도의 접경지역을 보면 길게 펼쳐진 히말라야 산맥의 언저리에 조그마한 나라 부탄을 찾을 수 있다. 산지가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소형 비행기만 착륙이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그곳으로 가려면 두 번은 경유하여야 한다. 비자를 받아야 하는 인도 보다는 방콕이나 카투만두가 접근성이 좋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부탄을 여행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였지만, 이제는 국가적으로 개방을 많이 하는 경향 때문에 수월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1차선의 좁은 도로 상황과 여행객들을 관리할 수 있는 숙박시설, 계절적 요인 그리고 안내요원 등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신변 안전은 99% 보장되므로 안심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중의 하나다.

수도 팀푸에서 삼촐링 마을까지는 자동차로 하루 종일 가야 한다. 중부지역에 위치하며 우리나라 군단위의 투롱사까지 170~180km 정도의 거리인데 해발 3만2000미터가 넘는 재를(페랄라, 도출라) 두 개나 넘어야 한다. 정상부근은 여름이라도 항상 서늘하다. 겨울은 무척 춥다. 오후 세시경에는 교통이 통제된다. 고산지대의 특징으로 성숙한 대나무의 키는 고작 50cm 정도이고 야크들의 일년 양식이다. 전설에 의하면 야크는 적도지방에 살았으나 소금을 구하러 히말라야에 왔다가 눌러산다고 한다. 이후로 야크는 자신의 생명이 다할 때나 도축되기 위해서만 산을 내려간다.

여기서는 잠시 쉬어가며, 지방이 풍부한 발효차를 곁들인 따끈한 야크티를 한잔 마셔야 다음 여정이 쉽다. 산소도 희박해서 계단을 평지처럼 이동하면 숨도 가쁘고 다리도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이러한 재를 통과할 때는 길 가운데 설치된 스투파를 매 번 한바퀴 돈다. 그러므로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감사하는 마음은 생활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서두르는 게 없다. ‘빨리빨리’가 안통한다. 

저녁 때 목적지 투롱사에 도착할쯤 여행자들은 축 늘어진 파김치가 된다. 호텔에서 준비한 저녁식사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의 재료들 밖에 없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풍성한 먹거리가 우리 입맛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식단은 대체로 뷔페형태로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숙면을 취한 새벽에는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오래된 투롱사종(Dzong)의 성곽, 깊은 계곡, 길게 늘어선 연무와 어우러진 집집마다의 굴뚝연기가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이 히말라야다. 모든 상념은 접어두고 카메라에 차곡차곡 담는다. 언제 다시 꺼낼지는 몰라도 찍고 또 찍는다. 여행은 바로 이런 맛인가 보다.
삼촐링 마을은 이곳에서 한시간 가량 소요된다. 100여년 전 부탄의 2대왕이 이 마을에 살면서 직접 차나무(대엽종, 소엽종)를 심었다고 한다. 대엽종은 발효차로 만들어서 야크티를 만드는데 사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제다기술, 포장기술 및 관리방법 등이 열악한 형편이다. 또한 녹차용도인 소엽종 차나무는 여기 사람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녹차를 만드는 기술은 아예 전무한 상태라서 100년 이상으로 잘 보존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한 농가의 정원에 심겨진 아름드리 녹차나무를 이 마을의 농외소득증대 작목으로 선정하였다. 토양이나 기후가 차나무 다원조성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약 3만 주의 묘목이 생산되고 있다. 또한 18에이커의 다원을 조성하였고, 올 봄부터 이식이 진행된다. 우리나라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원으로 국제농업협력사업을 통하여 마을회관겸 제다공장시설이 완공되고, 5월경에 히말라야 삼촐링 유기농 차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하게 된다. 4년간의 교류를 통하여 기존에 조금씩 생산해오던 녹차의 제다기술이 이제는 수준급이다. 차나무의 맛을 결정하는 데아닌의 함량도 아주 풍부하다. 

이러한 결과는 본 대학 김조원 총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로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지속적이어야 할 것이다.  물심양면으로 많은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분들은 다음에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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