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효심에 감동한 제석천왕(帝釋天王)
칼럼-효심에 감동한 제석천왕(帝釋天王)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25 18: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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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효심에 감동한 제석천왕(帝釋天王)


불교의 효에는 항상 부모의 자애로운 은혜가 설해지고 그에 대한 자식의 효가 설해지고 있다. 불교의 윤리는 신분적인 상하의 윤리가 아니며 지배복종의 관계가 아닌, 양쪽이 평등하게 인간적인 입장에서 관계 맺고 있는 수평의 도덕이기 때문이다. ‘잡보장경(雜寶藏經)’〈효도편〉에 부처님이 제자 아난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한 내용이 있다.

옛날 어느 작은 왕국에 왕이 여섯 아들을 두었는데 왕이 나이가 들어 늙게 되자 라우구란 신하가 쿠데타로 군권과 왕권까지 뺏고 자기가 왕이 되기 위하여 아들 여섯 명을 차례로 죽였는데, 끝에 여섯째 왕자는 미리 알고 외국으로 도망을 쳤다. 그러나 왕자와 아내와 어린 아들 셋이서 피난을 가던 중 사막을 헤매다 굶주림에 지쳐 세 사람이 죽게 되었다. 아버지와 부인 아들 셋이서 말하기를 “우리 셋이 다 굶어 죽으면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가 없으니 한 사람을 잡아서 고기를 두 사람이 먹고 살아서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데 셋 중에 누구를 잡아먹을 것인가 의논하다가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기를 “너의 어머니를 잡아먹자”고 했다. 그런데 어린 아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잡아먹을 수는 없습니다. 저를 잡아 아버지와 어머님이 잡수시고 할아버지의 왕권을 되찾으십시오. 나는 아버지 어머니가 낳았으니 아버지 어머님 몸으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런데 저를 당장 죽이면 저의 살이 썩어서 다 못 드시니 산 채로 저의 다리 살을 크게 베어서 두 점은 아버님 어머님이 잡수시고, 나머지 한 점은 저에게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두 쪽은 부모님께 드리고 한 쪽은 아들이 받아가지고 하늘의 제석천왕에게 기도를 드렸다. “제석천왕님! 이 한 쪽의 고기는 저보다 더 굶주려 죽어가는 불쌍한 사람에게 주십시오!”라고 간절히 기도를 했다. 이처럼 지극한 기도에 감천한 제석천왕이 이 사실을 듣고, 하도 기특해서 늑대로 변신하여 어린 아들에게 나타나서 굶주린 모습을 보였다. 그 소년은 늑대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던 고기를 주었다. 그랬더니 그 늑대가 갑자기 사람으로 변신하면서 소년에게 물었다. “이 살을 나에게 베어 준 것을 후회하지 않는가?”소년이 대답하기를 “저는 부모님의 은덕에 효로써 보은을 했고 굶주린 이웃에게 보시(布施)를 했으니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석천왕은 이 어린 소년이 정직하게 효도함으로써 그의 다리 살을 다시 나게 하고, 이웃 나라까지 무사히 피난을 갈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이웃 나라의 임금이 소년의 효성에 감탄하여 많은 재물을 주어서 돕고, 우수한 군사를 보내 주어서 태자의 못된 신하 라우구를 쳐서 멸하여 왕권을 다시 찾게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나도 전생에 효도를 하였기에 다시 부처로 태어났다”고 아난에게 말하며 그 누구도 효가 없이는 하늘과 통함이 없다고 설법했다. 그러니 부처님도 전생에는 분명 지극한 효자였던 것이다. 불교의 효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자신의 전생업의 인연에 따른 것으로 자신에게 책임을 두고, 부모를 골라 그것을 인연으로 해서 태어난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부모가 마음대로 자식을 낳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골라 전생의 업(業)을 인(因)으로 해서 태어난 것이라고 설한다. 이는 불교의 인생관이며 연기(緣起)사상이다. 효란 물론 자식이 부모에 대해 가지는 보은의 사상이고 행위이지만, 한 편 이 효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자애와 예경(禮敬)을 의미하는 윤리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가장 위대한 제왕으로 알려져 있는 아쇼카(Asoka)왕은 자신의 정치이념을 새긴 석주(石柱)를 인도의 곳곳에 세웠다. 그는 석주에 새겨진 자신의 칙명(勅命)에서 ‘아무리 광대한 보시를 행하더라도 극기(克己), 마음의 청정(淸淨), 보은에 대한 견고하고 깊은 믿음이 없다면 그는 천(賤)한 사람이다‘라고 선포했다. 그리고 그는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칙명으로서 ‘양친과 스승에 대한 순종, 종교인에 대한 보시와 존경, 그리고 친우와의 바른 관계 및 극빈자와 하인에 대한 바른 대우’를 선포하고 있다.

돈 때문에 부모를 죽였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이 일을 어찌할꼬? 슬프고 슬프도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험하고도 험하게 되었을꼬! ‘나무가 썩으면 벌레가 생기고 효도는 처자 때문에 시들게 된다’는 옛 속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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