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아이들 등굣길 아침맞이
아침을 열며-아이들 등굣길 아침맞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7.02 19:1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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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망경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망경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아이들 등굣길 아침맞이


학교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반갑게 인사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맞이한 것이 어느덧 10개월이 다 되었다. 작년 9월 1일자로 본교에 부임을 하면서 시작한 아이들 아침맞이가 1년이 다 되어 가는 것이다. 출장을 갈 때도 일찍 가지 않을 수 있다면 꼭 아이들 아침맞이를 하고 갔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항상 정장 차림을 하고 아이들을 맞는다. 부득이 아침부터 출장이나 다른 일로 학교에 출근을 하지 못할 시에는 교감선생님이 아이들 아침맞이를 하도록 하였다. 처음 1개월을 하고 나니 주위에서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혹은 얼마 가지 않아서 그만둘 줄을 알았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꾸준히 아침마다 아이들을 맞이하였더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더 고생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기도 하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거나 고생한다는 그런 말을 듣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이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오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아이가 인사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반갑게 맞이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해서 인사와 하이파이브를 어색해 하였었는데 조금 지나니 장난을 치는 아이들도 생겨서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여러 형태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하는 아이, 두 손으로 하는 아이, 한 손으로 하는 아이, 손을 잡고 힘을 주는 아이, 살짝 손만 갖다 대는 아이 등 등

우리학교 정문 앞에는 조금만 나가면 큰 길로, 아침이면 실버폴리스 봉사단의 어르신들이 교통지도를 해 주시고, 우리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지킴이어르신은 몇 년간 아이들을 아침에 맞이하시고 하교 때도 잘 보살펴 주시기 때문에 전교생 280여 명 중 80~90%의 아이들 이름을 알고 계시어 이름을 불러주는 등 아이들과 가까이 대하고 계신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도 모두들 좋아하고 신뢰를 갖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침이면 교통을 정리를 해 주시는 어르신과 지킴이 어르신, 그리고 나까지 아이들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안전한 아침 등굣길에다가 힘이 솟는 학교길이 되고 있다. 골목길을 걸어서 오는 아이, 횡단보도를 건너서 오는 아이, 부모님의 자동차로 오는 아이 등 교문 앞이 분주해지는 등교시간 대엔 아침 인사와 하이파이브로 활기찬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맞이를 할 때에는 먼저 허리를 숙여 “안녕하셔요”라고 인사를 먼저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아이들의 모습을 훑어보면서 가방끈을 잘 못 멘 아이는 가방을 바르게 메도록 지도하기도 하고, 신발 끈이 풀어진 아이는 신발 끈을 바르게 묶도록 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아이는 다시 한 번 하이파이브로 기운을 낼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은 아침에 만나지 못하는 경우 그 다음 날에 꼭 묻는다. 왜 안 계시었는지? 그럴 때면 아이들이 더 고맙다. 또한 작년 연말에는 2학년에서 아이들이 주는 상장을 받기도 하였고, 올 스승의 날에는 편지도 받았다.

가끔 아침에 출근을 하기 위해 우리 학교 앞을 지나가는 지인들이 내가 서서 아침맞이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이제는 지날 때마다 보고 간다는 분들이 있어, 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지인들이 고맙다.

매일 아침 등교를 하는 아이들, 조금이나마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그리고 신나게 뛰어놀며 함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학교 정문 앞에서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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