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식중독의 계절
한의학 칼럼-식중독의 계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7.05 18: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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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식중독의 계절


바야흐로 전국에 장마가 시작되었다.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서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므로 식중독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의하자면 식중독이란 잘못된 식품의 섭취로 인하여 미생물 또는 독소에 의해 유발되는 모든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을 뜻한다. 장염과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장염은 말 그대로 대장과 소장 내에 일어난 염증 상태를 뜻하고 증상의 표현하는 개념이지만, 식중독이란 그 유발 원인에 보다 초점이 맞춰진 개념이라 하겠다. 요즘은 사실 거의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흔히 식중독의 유발 원인이라고 하면 노로바이러스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노로바이러스의 유행은 사실 여름이 아닌 겨울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 장마철인 7월 초까지는 살모넬라균이나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이 훨씬 흔하다. 살모넬라균은 닭고기나 계란껍질 등에 주로 번식하며, 대장균은 주로 덜 익힌 고기, 부패한 유제품, 제대로 씻지 않은 과일이나 샐러드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는 모두 열에 약한 균이므로 충분한 가열이나 세척으로 제거될 수 있다. 그러나 어패류나 해산물을 날 것으로 섭취한 후 발생하는 비브리오균 식중독은 가열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미 구토나 설사 증상이 나타난 경우 바로 지사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회복을 늦추고 경과를 나쁘게 하는 위험한 행위이다. 구토는 위장 안의 독소를 위로 배출하려는 반응이고 설사는 장내 독소를 아래로 배출하려는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발생한 증상을 멈추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 아니라, 구토와 설사로 독소가 완전히 배출되는 동안 경과를 지켜보면서 이로 인해 손실된 체내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주는 것이 빠른 회복의 관건이 된다. 구토가 심할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금식을 하는 것이 낫고, 이후에는 잘게 으깬 미음이나 죽을 조금씩 섭취하면 장 점막이 빠른 속도로 재생되는 데 도움을 준다. 증상이 조금 호전되었다고 해서 일반식을 바로 섭취하게 되면 치료 기간만 길어질 뿐이다. 따라서 충분한 기간 동안 음식을 가려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물은 꾸준히 마셔주어야 하고, 초반에는 소금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일이나 유제품을 섭취하는 것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경과가 양호한 식중독이라고 해도, 지속되는 구토와 설사로 인해 화장실에서 살다시피 하고 수면의 질까지 방해받는 것은 그 누구라도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때 식중독의 회복 기간에 있어 한방 치료를 병행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독소의 배출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구토와 설사로 겪는 통증을 경감시키고 장내 환경이 회복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염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의 경우, 식이에 대한 지도와 함께 침과 뜸, 한약 치료를 병행한다. 복통을 심하게 수반하는 환자의 경우, 배꼽 양 옆의 천추 혈과 복부 중앙의 중완 혈에 뜸 치료를 해주면 통증이 크게 완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약 처방을 함께 쓰면 더욱 빠른 호전을 보이는데, 가벼운 장염 증상의 경우 항균 작용과 함께 열을 내려 주면서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위령탕을 쓰고, 감기와 같은 오한 증상과 함께 복통 구토 설사가 함께 오는 경우에는 겉과 속을 함께 다스리는 처방인 곽향정기산을 쓰면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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