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56-섬진강, 색으로 물들다!
도민칼럼-지리산향기56-섬진강, 색으로 물들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7.12 18:40
  • 1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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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섬진강, 색으로 물들다!


여름에 젊은이들은 바다로 가고 중년들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바다도 가고 싶고 산도 가고 싶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나? 강으로 오면 된다. 물도 있고 숲도 있고 산도 있는 강에 서면 끈끈한 바닷바람과 달리 청량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과 강 가운데에서 안 좋은 데가 어디 있을까마는 그중 지리산 산그림자를 품은 섬진강은 가장 으뜸이다.

섬진강 너른 나루를 가진 하동에서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섬진강문화재첩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이다. 재첩이 나오는 때이니 맛있는 먹거리의 생산을 위하여 축하를 하고 섬진강에 놀러온 이들을 마중하고 이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자리, 이곳의 축제는 그렇게 만들어간다.

이번 축제에 우리 지리산행복학교 미술반이 설치미술을 맡게 되었다. 축제하면 공연만 생각하지만 오감을 넣지 않으면 그냥 잔치보다 못하다. 사실 전국에 축제라는 이름을 붙여 사람을 모으는 곳이 많지만 허접한 경우도 많다. 그냥 잔치 수준인데 축제라고 우긴다. 물론 처음에 판을 벌이면 자본도 사람도 없으니 시작이 늘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적은 돈이라도 알뜰하고 규모 있게 쓰면 그이상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리산행복학교는 교사들이 모두 재능나눔의 정신을 가지고 함께 하기에 다른 곳에 초대되면 그만한 대접을 받겠지만 지리산에서는 무장해제 요구불문이다. 우리는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대 사니 이곳에 얼마간 봉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미술반 몽피 김경학 선생님과 작가 활동을 하는 제자들, 일반 학생들이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섬진강문화재첩축제에 오는 사람들에게 눈도 즐겁게 해드리나 열심히 작업 중이다.

축제에 가면 사람들은 통상 공연만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 보는 것은 주변 경관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설치작품이다. 하동에는 훌륭한 경관인 섬진강이 있고 시원한 하동송림숲이 있다. 한여름에도 솔 향을 풍기는 어마어마한 공기청정기인 하동송림숲이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준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자연만한 예술작품은 없다. 그곳에 ‘섬진강으로 놀러온 토끼’가 찾아온다. 아이들이 두 손을 펼쳐도 다 안지 못하지만 품에 안겨볼 수 있는 토끼가 삼 일 동안 곁에 있을 것이다.

숲에 또 하나 머플러를 휘날리는 소년이 강가를 바라보며 서 있기로 한다. 작품명은 ‘쓸쓸함도 손님이다’이다. 작품명은 작가가 명명하는 것이고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느낌을 얹어 그 작품을 느끼면 된다. 아이들에게 그 소년의 이야기를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해준다면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이 하나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

‘섭생 공생’은 재첩 탑 위에 한 마리 학을 놓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약육강식만 있는 것 같지만 서로 공생하는 것이다. 자연은 순환을 통하여 질서를 잡는다.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욕심 때문이다. 강가에 서게 될 ‘섭생 공생’을 통해 그런 생태계를 누군가 알아차려주면 성공이다.

섬진강가를 지날 때마다 사실 우리만 이 강을 즐기는 것이 슬그머니 미안하고 막 자랑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쉬고 싶고 놀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불러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평사리공원 백사장에 피아노를 두고 연주를 하면 어떨까? 전국에 밴드 음악을 하는 청소년들과 그들의 친구, 부모를 오시라 해서 마음껏 연주를 하라고 하면 재미있겠다. 유속이 완만하고 아름다운 이 강에 수 백 대의 카누가 떠 있고 건강한 팔뚝을 가진 청년들이 노를 젓는 모습도 멋지게 느껴진다.

‘섬진강, 색으로 물들다’ 이번 축제의 전체 작품명이다. 본격적인 아트페스티발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신나게 와서 노는 사이사이로 눈도 즐겁기를 바래본다. 욕심 같아서는 정말 더 멋진 작품들을 내놓고 싶지만 이제 한걸음이니 이만만 해도 참 고맙고 좋다는 생각을 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 나는 올 여름 이 시원한 강바람 숲바람을 막 자랑하고 싶어서 어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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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2018-07-13 12:48:10
섬진강 백사장 고운 모래의 감촉과 그윽한 재첩 향기가 느껴지며,축제의 날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