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화(禍)와 복(福)은 자초하는 것이다
칼럼-화(禍)와 복(福)은 자초하는 것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7.23 18:3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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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화(禍)와 복(福)은 자초하는 것이다


‘역경(易經)’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길흉은 올바름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요, 천지의 도는 올바르게 보는 것이며, 일월의 도는 올바르게 밝히는 것이니, 천하의 움직임은 올바름 하나이다(吉凶者, 貞勝者也; 天地之道, 貞觀者也; 日月之道, 貞明者也; 天下之動, 貞夫一者也’ 천지간에는 절대적으로 좋은 일도, 절대적으로 나쁜 일도 없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사람이 하기에 달렸다. 이른바 ‘정승자야(貞勝者也)’이다. ‘정(貞)’은 바르다〔正〕는 뜻이다. 마음이 바르면 나쁜 일도 나쁘지 않고,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좋은 일도 좋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길흉(吉凶)은 올바름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도교(道敎)의 ‘태상감응편(太上感應篇)’에 보면 ‘화복은 문이 없으니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禍福无門, 惟人自招)’라는 구절이 있다. 화복은 운명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선도 쌓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악도 쌓이지 않으면 몸을 망치지 않는다. 소인은 작은 선을 무익하다고 생각해 행하지 않으며, 작은 악을 해가 적다고 생각해 그만두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악이 쌓여 가릴 수 없게 되면 죄는 커져 해소할 방법이 없다(子曰, 善不積, 不足以成名, 惡不積, 不足以滅身, 小人以小善爲无益而弗爲也, 以小惡爲无傷而不去也. 故惡積而不可掩, 罪大而不可解’라고 했다. 또 ‘삼국연의’에 보면 유비(劉備)가 죽기 전 아들에게 ‘선한 일이라면 그것이 아주 사소하다 하더라도 꼭 실행하라. 사소한 일이라도 악한 일은 절대로 하지 않도록 하라’라고 하는 말이 나온다. 이 뜻은 작은 일이라 해서 대충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작은 악이라 해도 그것이 모이면 큰 악이 된다. 사람들은 비록 선한 일이라도 사소한 것이면 해 봐야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선은 선의 보답이 있고 악은 악의 보답이 있다. 보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이르지 않았을 뿐이다’ 서양 사람들은, ‘하나님이 그를 멸망시키고자 하면 먼저 그가 광분하도록 한다’라고 말 한다. 자신의 나쁜 계략이 먹혀들어 아주 흐뭇해한다면 하나님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역경(易經)’〈계사전(繫辭傳)〉에서 말하기를, ‘하늘이 도우니 길하지 않음이 없다(易曰, 自天祐之, 吉无不利’라고 했으며, 공자가 말하기를, ‘하늘이 돕는 것은 순리이며, 사람이 돕는 것은 신의이다. 신의를 행하면서 하늘의 뜻을 생각하고 어진 이를 숭상하니, 하늘이 도와 길하지 않음이 없다!(子曰, 祐者助也, 天地所助者順也, 人之所助者信也, 履信思乎順, 又以尙賢也, 是以自天祐之, 吉无不利也!’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부처나 신(神)도 바보가 아닌 이상 한 번 꿇어앉아 절을 한다고 도와주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하나님의 가호를 비니 하나님인들 오죽 바쁘겠는가? 한 장소에서 재판을 하는 원고와 피고가 모두 하나님을 찾으니 하님인들 어떻게 하겠는가? 게다가 사람들은 보살이나 신(神)에게 빌면서 돈은 쥐꼬리만큼 내놓고 바라기는 엄청 바라니 되겠는가? 이삼천 원쯤 들여 바나나나 초를 사서 상을 차려 놓고 부자가 되도록 해 달라, 승진이 되도록 해 달라, 무사하도록 해 달라며 별의별 것을 다 원한다. 세상에 그렇게 수월하게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공자는 ‘천지소조자순야(天地所助者順也)’라고 했다. 하늘에 있는 보살이나 신령은 선한 도리에 따라 도와주는 것이지 향을 피웠다거나 절을 했다고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 번 보자 티베트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부처를 믿고 있다. 그렇다면 마땅히 도둑도 없어야할 것인데, 도둑도 있고, 강도도 있다. 도둑질을 하고 나서 부처님이나 교회나 성당에 가서 무릎을 꿇고 다음부터 절대로 도둑질 하지 않겠다고 참회하면 이런 태도는 순(順)이 아니다. 신을 믿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서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반드시 자기가 먼저 옳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물의 발전은 ‘아래서부터 위로’가 아니라 ‘안에서부터 밖으로’이다. 과일을 한 번 보면 안에서부터 썩는다. 중국 속담에 ‘반드시 스스로 썩은 후에 벌레가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도 반드시 스스로를 욕되게 한 후에 남들이 욕보인다(人必自侮以後侮之)’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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