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염천지절(炎天之節)에 어르신들 안녕하신지요
기고-염천지절(炎天之節)에 어르신들 안녕하신지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7.25 18: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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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염천지절(炎天之節)에 어르신들 안녕하신지요


산천이 이글이글 탄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염천지절(炎天之節)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온통 열기가 휩싸고 도는 사람잡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낮에는 가마솥 폭염으로 힘들어 하고 밤이 되어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모두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같은 폭염이 앞으로도 장시간 계속된다고 하니 어찌 견딜까 두렵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우리 경남에서도 온열질환에서부터 가축 폐사까지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폭염으로 경남지역에서 발생한 온열환자가 2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온열환자수는 전국에서 경남이 가장 많다고 한다. 경남의 폭염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만하다.

누구도 폭염을 피해갈 순 없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더위는 불평등한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각종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겪는다. 이번 폭염에서도 예외없이 어르신과 장애인 등이 더 큰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층은 홀로사는 어르신 등 취약계층이다.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하나로 근근히 버텨야 하는 취약계층의 고충은 엄청나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장서서 동네에 무더위 쉼터를 마련하고 가정방문과 안부전화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폭염에 방치된 취약계층을 촘촘히 보살피기에는 곳곳에 구멍이 뚫린 듯하다. 행정기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는 대부분이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바람에 저녁시간대에는 꼼짝없이 열대야에 시달려야 하지만 냉방비 지원이 안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홀로사는 어르신을 비롯한 취약계층이 폭염피해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평소에도 우리사회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이 행정당국의 폭염대책에서도 예외없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노쇠해가는 외로움 속에서 늙으만 가는 어르신들이야 말로 궂은 일과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열심히 살아오신 덕분으로 오늘날 경제부국을 이루신 주역들이다. 하지만 마땅한 대우는 그만두고라도 물질의 풍요 속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시는 것이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염천지절에 부채 하나로 폭염을 이겨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진정한 대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일반인들보다 더위에 취약하고 여름만 되면 건강이 더 악화되곤 한다. 그런데도 숨이 막히는 더위에도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틀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지하방이나 옥탑방 등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선풍기조차 없는 경우도 있고 선풍기가 있어도 전기세를 낼 형편이 못돼 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행정기관이나 기업체 등에서 선풍기를 무료로 지원해 주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늙기도 서러운데 배우자를 떠나 보내고 자식들과도 떨어져 혼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염천지절에 내뿜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해방 이후 헐벗고 굶주리며 필리핀과 인도 보다도 못살던 우리나라를 지금의 반석으로 올려 놓은 것은 어르신들이 굶어가면서 자식들을 위해 희생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가 넘쳐 쓰레기로 버려지는 풍족한 사회가 되었지만 우리사회 한켠에서 고통받는 어르신들은 제대로 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폭염 피해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대책은 미흡하다고 한다. 행정당국에서는 지금이라도 홀로사는 어르신과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이 염천지절을 잘 넘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간곡히 요청 드리는 바이다. 아울러 우리 어르신들도 많이 힘들지만 폭염을 잘 이겨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수무강 하시기를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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