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계사순의단 그리고 6만 의총
임진계사순의단 그리고 6만 의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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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래/공연 연출가
진주문화연대 공동대표

어느 듯 완연한 봄날이다. 진주성내의 풀포기, 나뭇가지마다 파릇파릇 자연의 순리를 느끼게 한다. CNN의 발표한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고픈 관광명소 50선’에 진주성 촉석루가 포함되니 어깨에 힘을 실린다. 외국인은 물론 진주를 찾는 관광객이 제일 먼저 들리는 곳은 진주성이 분명한데, 많은 이들이 잔디밭과 촉석루를 구경하고 성벽 넘어 흐르는 남강이 있음을 확인하고 돌아간다는 현실이다. 심지어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화장실을 찾기 위해 진주성에 들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천년고도 진주성의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주마간산하는 까닭은 왜일까.

진주성은 임진왜란의 성지이자 나라를 지킨 전란극복의 생생한 현장이다. 진주대첩은 한산대첩, 행주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의 3대첩의 현장이고 6만 민관군의 넋이 서려 있는 호국의 성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성을 지역주민 모두가 문화유산해설사가 되어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함에서 원인이 있다. 자랑스럽고 오래토록 기억돼야 할 역사적 사실은 제대로 알고 잘 알림과 동시에 이를 미래 성장의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진주성에는 이를 보다 사실적으로 알려줄 기념물이나 기념품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임진전쟁사를 전시하는 국립진주박물관이 있으나 진주성과 괴리감을 느끼게 하고 임진계사순의단이 있지만 관광객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더구나 한자원문의 해석과 번역 잘못으로 짐작되어지는 임진계사순의단에 각인된 6만 민관군의 충절을 어찌하여 오합지중으로 선대를 폄훼할 수 있으랴.

임진왜란 이후 육십갑자로 일곱 번째 되는 올해부터 충절한 호국정신과 정정당당한 진주정신을 섬세하게 현창하는 프로그램이나 문화행동을 실천하자. 진주성에 진주대첩을 기리는 승전기념탑을 별도로 세우는 한편 죽음으로 나라를 지키려던 숭고한 6만 의총을 조성해서 진주가 호국의 성지이자 미래의 평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서린 곳임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역사에 길이 빛나는 승전과 호국정신이 발현되었으나 안타깝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진주성은 시민들의 휴식지로 자리잡는 현실이 안타깝다. 진주대첩 기념탑 건립은 정부에서도 거론해 본 적이 없고 건의마저 묵살됐다. 그 당시에 대승전을 이끈 호국정신과 무용담을 한껏 높이고, 아울러 삼장사의 전공을 돋워 세우며, 더불어서 6만 민관군이 몰사돼 세계전쟁사에 유래 없는 함락의 역사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해야 한다. 승전과 함락을 뚜렷이 구분해서 그 역사적 사실과 가치가 시대정신이 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차세대의 당연한 몫이다.

진주성 6만 의총 건립사업은 지난 1983년 진주상공회의소가 추진한 바 있으나 패전을 대대적인 현창하는 모습이 좋지 않고, 진주성지내에는 총(塚)을 설치할 수 없으며, 창렬사가 있는데 별도의 사당 건립은 불합리 하다는 이유로 묵살된 바 있다.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서 420년 전의 역사인 진주대첩과 6만 의총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할 때이다.

남원의 만인의총, 금산의 칠백의총에 비교해 수적으로도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한 지역의 성에서 6만 명의 순국은 전무후무하다. 만인의총은 전투장소인 남원시가지에서 복원이 어려워 당시 장소에서 약 1km정도 북쪽으로 이전해 구체화됐다. 진주성 2차전투의 의총은 비록 무덤이 없어 가묘를 만들어야 하지만 남아 있는 유적과 스토리, 정신적 가치를 활용해 의총을 만들 수 있다. 진주성 2차전투는 우리군의 침략전쟁이 아니라 수많은 적에게서 우리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우리민족의 염원인 평화를 지켰던 숭고한 역사다.

진주가 항쟁과 저항의 도시이지만 결국 진주민이 원했던 것은 서로간의 평화로운 삶이었다는 것을 온 세상에 알리자. 당시 침략국이었던 일본, 전쟁 당사자였던 중국, 그리하여 한·중·일 3국이 평화의 도시 진주에서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를 분명히 인식하고 6만 민관군의 순국은 과연 무엇이었나를 공감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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