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간신(奸臣)을 경계해야 한다
칼럼-간신(奸臣)을 경계해야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8.13 18:3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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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간신(奸臣)을 경계해야 한다


우선 간신이라는 말이 한자로는 간신(奸臣) 또는 간신(姦臣), 두 가지로 쓰이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온갖 악행을 일삼던 간신들이 군주(君主)의 비호 아래 권력과 부(富)를 거머쥐고 천수를 누렸다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역사의 흔적도 우리는 알고 있다. 반면 엄연한 현실도 존재하고 있다. 물론 간신이 당대에 제대로 심판받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말이다. 군주가 깨어 있으면 간신이 생기지 않고, 혹시 간신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심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군주가 자질이 부족하고 어리석으면 온통 간신의 세상이 되고 만다. 오늘날 주권은 군주가 아니라 우리 시민에게 있다. 즉 우리 시민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국정에 참여하는가, 그 이전에 얼마나 깨어 있는가가 간신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이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단죄도 오로지 시민의 분노와 적극적인 저항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광장의 촛불 함성이 없었다면 여태껏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광장의 함성은 위대했다. 백만 이상의 시민이 모였는데 사고가 없었다. 우리는 광장의 촛불 함성으로 혼군(昏君)을 폐위시켰다.

간신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간신들은 사리사욕과 그것을 유지할 권력을 유지하는 ‘연줄’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간신은 항상 복수형인 ‘간시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적 관계이고, 세력이자 구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누구 하나를 처벌한다고 해서 뿌리가 뽑히는 것이 아니다. 여론, 공론을 가장한 언론-간신도 있고, 감찰을 동원하는 검찰-간신도 있고, 재판을 동원하는 법원-간신도 있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재벌-간신도 있다. 간신의 특징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사기꾼이 절대 사기꾼처럼 보이지 않듯이 간신은 절대 우리가 생각하는 간신처럼 보이지 않는다. ‘간신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기본조건:아주 똑똑하고 치밀하고 집요할 것. 필수조건: 사리사욕처럼 안 보이는 사리사욕을 취할 것. 실천강령: 파당(派黨), 거짓말, 모함(謀陷), 아첨(阿諂), 협박(脅迫), 이간질, 축재(蓄財)를 목표로 할 것.

그래서 항간에는 ‘소인이 군자보다 영악하다.’는 말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2016년을 기점으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현대사를 다시 재조명하게 되었다. 왕조 시대에는 간신을 구별하는 눈을 군주에게 요구했지만 민주시대에는 간신을 구별하는 눈은 시민들이 가져야 한다. 시민들이여 간신을 구별하는 눈을 뜨자.

옛날에 ‘여섯 가지 종류의 해로운 신하[육사신:六邪臣]’라 하여, 자리만 채우는 구신(具臣), 아첨으로 권력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유신(諛臣), 간사한 간신(奸臣), 남을 무고(誣告)하고 헐뜯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 모함(謀陷)을 일삼는 참신(讒臣), 나랏일을 훔치는 적신(賊臣),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 또는 간웅(奸雄)이다. 우리는 여기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간웅에 대하여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역사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까 한다. 위·촉·오 삼국시대의 조조(曹操)는 원래 후한(後漢) 말의 승상이었다. 인물평을 잘하기로 유명한 허소(許劭)가 조조를 보고 하는 평이 재미있다. “세상이 잘 다스려지는 시대라면 능력 있는 신하가 될 것이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간교한 영웅이 될 것이다(治世之能臣, 難世之姦雄)”라고 했다. 그 평을 들은 조조가 껄껄 웃고 떠났다고 한다. 후에 조조가 위(魏)나를 세우고 나자 허소는 조조를 일컬어 ‘간웅’, 곧 ‘간교한 영웅’이 아니라, 그냥 ‘영웅’이라고 평을 했다.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조조처럼 아예 나라를 훔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면, 내용적으로는 간웅이지만 영웅이 되고 만다. 인간사에서도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범이 되지만 전쟁터에서는 많은 사람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박근혜의 국정농단도 최순실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옆에 붙어있었던 네트워크적 권력구조의 결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교훈이었다.

지난 6·13 선거로 새로운 지방정부가 들어섰다. 새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혹시나 내가 간신들에게 현혹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시기 바란다. 충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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