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57-에어컨 아웃데이
도민칼럼-지리산향기57-에어컨 아웃데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8.13 18:30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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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에어컨 아웃데이


아프리카 사람들이 우리나라 와서 덥다고 하고 러시아사람들이 우리나라 와서 춥다고 한단다. 그래서 보약 지어먹는다는 소리를 들으며 웃은 적이 있다. 아마도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더 높아 그럴 것이다. 올 여름 인사는 “이 더위 어찌 나셔요?”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헉헉 대고 있다. 기상관측 이래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는 뉴스가 매일 갱신되고 지구가 통째로 구워져 버리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내 생전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싶은데 친한 동생이 1994년도 더웠다고 한다. 그때 ‘네가 임신을 한 처지여서 더 그랬는가 보다’ 하니 지난밤 뉴스에서 실제 열대야는 올해가 더 많지만 폭염은 1994년이 더 많았다는데 아직 말복 전이니 이것도 갱신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더위가 또 있기는 했다.

1994년에는 서로 통신을 집 전화나 공중전화로 하던 시대였는데 일명 ‘삐삐’인 호출기에 음성을 남기면 공중전화로 달려가서 연락을 해야 했다. 그 뜨거운 뙤약볕, 공중전화기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다 앞사람이 통화를 너무 길게 해서 열이 받아 전화하는 사람을 폭행하거나 심지어 죽이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공중전화박스를 찾기도 힘들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올해는 누굴 죽이는 것도 더워서 못할 판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런데 참 절기라는 게 신기하다. 입추가 지나면 어김없이 밤에 찬바람이 분다. 말복이 지나면 밤낮 기온에 차이가 난다. 에어컨을 끄고 가만히 자연 가운데 있으면 바람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 이 여름이 어쩌면 우리의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서 더 뜨거워져 가는지도 모르겠다. 다 같이 에어컨을 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지구의 날(EARTH DAY)이 있다. 매년 4월 22일이다. 그 이전에 소등의 날이 먼저 있다. 세계자연보호기금이라는 곳에서 지구의 시간(EARTH HOUR)을 매년 3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서 9시 30분으로 정해 실시한다. 그 시간 동안은 빛이 나오는 것을 모두 끄는 것이다. 2007년 3월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했다. 생각하는 것처럼 지구의 기온 변화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탄소 배출도 줄여서 지구를 위해 보자는 캠페인인데 부끄럽지만 딱 한번 참여해보았다. 드라마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나름 재미있게 보던 거라 내 깐에는 참여 의식을 발휘해 빛이 나오는 TV도 꺼봤다.

그까짓 한 시간이 무슨 지구를 살리겠나 싶지만 평상시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이런 캠페인처럼 이 폭염은 거의 재앙 수준이지만, 이제 에어컨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 전자제품이 없어 못 쓰는 이들도 있고 에어컨 없이 일하는 이들도 많으니 한 번 지닌 사람들이 견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7월이나 8월의 어느 날, 전력을 최고조로 쓰는 날, 다만 아스팔트는 아직 데워지지 않은 오전 어느 시간, 집안이나 차량 회사 공장 모두 에어컨을 끄는 것으로 한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요즘 전기 소비량이 많다고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집 앞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자기가 마음대로 전기를 못 쓴다고 더 짓자는 주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예비전력이 가장 낮을 때 기업이 그 시간을 피해주는 수요감축요청(DR)만 작동되어도 지금 현재 가동되는 발전소로 충분하다고 들었다.

지구를 살리자는 거창한 구호까지는 나도 자신이 없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실 인간의 객체수가 줄어들면 해결이 간단하다. 그러니 조금 아끼고 또 많이 쓰면 그만큼 사람 사는 세상에 더 이로운 일로 보탬이 되는 이런 순환과 중도로 사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이 여름은 가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겨울이 되면 우리는 또 춥다고 한바탕 난리를 칠 것이다. 사계절은 흐릿하고 체감온도는 들쑥날쑥 이지만 이런 계절을 견딘 우리가 어느 나라든 못 가서 살겠는가! 그런 자신감으로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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