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해방인가? 탈식인가?
칼럼-해방인가? 탈식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8.16 18:34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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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

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해방인가? 탈식인가?


“아”다르고 “어”다르다. 8월 15일은 광복 제73주년 되는 해이다. 4대국경일 중의 하나인 광복절은 3·1절과 더불어 일본과의 인연에서 비롯된 날이다.

그런데 과연 국가가 경사스러운 일로 축하를 해야 하는 날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식민 상태에서 36년 이상을 지내다가 자유롭게 되었으니 물론 좋은 일이고 경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무릇 경사라는 것은 내 힘으로 내지는 우리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자축하거나 이웃을 불러서 함께 유익한 시간을 가지는 일이다.

나는 8·15가 되면 무척 우울해진다. 그것은 광복절 자체가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광복을 맞이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는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강제로 주권을 잃었다. 노예가 된 것이다. 한일합방이라는 말은 다분히 일제의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힘없는 생쥐 꼴이 된 우리를 뱀처럼 집어삼킨 날이기 때문에 일한병탄이라고 말해야 한다.

알기 쉽게 8·15해방이라고 교과서에 나오고 우리는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하였다고 배웠다. 맞이한다는 말이 무척 달콤하긴 하다마는 이것 역시 다분히 일제의 시각에서 쓰인 말이다.

마치 일본이 선심으로 보낸 선물이나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해방의 주체는 일본이고 객체는 우리다. 우리 입장에서는 식민 상태에서 벗어났으니 탈식일이라고 해야 한다.

해방되었다고 하니 별 반감이 생기지 않는 것은 고도의 언어적 비켜감이고 용서를 빌지 않겠다는 그들의 비겁함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말이다.

그들이 해방이라고 강변하더라고 그것은 우리 힘으로 이루어낸 것이 아니다. 1945년 초부터는 일본이 미국에 대들면서 천지분간도 하지 못한 채 경거망동을 하다가 8월 달에는 미국으로부터 원자탄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소화가 다 되어가는 우리나라를 토해내는 바람에 우리가 식민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식민 상태에서 벗어났기에 광복을 맞은 것이지 우리가 일본에 이겼기에 광복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세계가 우리를 보는 시각이다. 지금도 세계가 우리나라를 다소 우습게 보는 이유는 남한이나 북한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국제 사회에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면모를 자주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다소 소원해지고 러시아와 일본의 사이가 벌어질 때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다. 그런 시기는 자주 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지피지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지키는 일이다. 줏대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일본은 미국에게 졌지 우리에게 진 것이 아니다.

8·15 광복절이 되면 상당수가 착각을 한다. 마치 우리 힘으로 일제를 몰아낸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일제에 뺏긴 주권을 찾고 탈식하고자 무던히 몸을 던졌던 순국선열들은 반드시 우리가 기억하여야 한다. 일본이 여전히 우리를 우습게 보는 이유는 자기들은 미국을 상대로 코피를 흘리게 한 적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국의 힘을 빌려 자기의 국방을 지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던 말든 미국은 고마운 나라이다.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었으며 기회를 주어 경제를 살렸으며 동방에서 가장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을 진정 미국답게 만드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일본은 이미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잃었다. 일본이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아시아에서의 패권에 대한 향수가 짙고 또한 그것을 아직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성장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그런 일본을 눈감아 주는 것이지 좋아서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볼 때 우리가 중국의 견제를 제대로 한다는 확신을 가질 때는 일본에 대한 그들의 관심을 우리에게 더욱 돌릴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번영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일본은 점점 구석에 몰려들 가능성이 짙어간다.

문제는 그것을 알고서도 자기들이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되돌리고 용서받으려고 하니 2차 대전 패전국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피해배상금과 지급해야할 대상국이 한 두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이왕 이렇게 된 거 버티어보자는 심산인 것이다. 그런 일본은 점점 에너지가 작아질 것이다.

8·15 광복절은 남북이 경축해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는 광복이 된 상태가 아니다. 일본 식민 상태에서 벗어난 후 불과 5년 만에 분단되었으니 국토를 따지자면 너무도 아쉬움이 많지 않는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줏대도 없이 그저 권력에 탐하여 민생을 챙기지 않고, 힘없이 500년 이상 중국을 상전 모시 듯하며 마냥 이웃만 바라보다가는 저리도 서럽게 당한다는 것을 개인이나 민족이나 나라나 다 비슷하다는 것을 절감해야 한다. 남북 정상이 또다시 만난다고 한다. 미국에게 조를 것도 없다. 남북한의 입장을 서로 존중해주고 양보하고 신뢰를 만들어 가다보면 통일로 가는 길은 순탄할 것이다. 역으로 이야기를 하면 일본과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방향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다소 원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의외로 실마리가 잘 풀려갈 것이다.

지금은 이런 시각이 필요한 때이다. 탈식의 완성은 통일이다. 평화통일이 진정한 광복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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