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통영국제음악제 대단원의 막내려
2012 통영국제음악제 대단원의 막내려
  • 통영/백삼기 기자
  • 승인 2012.04.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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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끝자락을 노래하는 소통의 선율

▲ 지난달 25일 장사도의 무대에서 펼쳐진 옴니버스 앙상불 마실콘서트. 관광객들 모두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음악에 흠뻑 취했던 순간.

3월의 끝자락을 음악의 선율로 물들였던 TIMF가 지난달 2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됐던 이번 시즌은 ‘소통 WITHOUT DISTANCE’라는 주제로 열려 음악을 통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음악제는 16개의 공식 공연 중 7개의 공연이 매진되고 90%에 육박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아시아 최고의 음악축제로서의 위상을 지켰다. 특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개막 공연은 개막 3주 전에 완매되어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객들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1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를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었던 이번 통영국제음악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충실한 구성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켰다. 1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도약의 기회로 삼은 2012 TIMF.이번 음악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정리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새로운 10년을 여는 소통의 오케스트라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달 23일 10주년을 위해 특별히 구성된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막을 열었다.
한국과 독일을 비롯 스웨덴, 영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수준 높은 연주자들이 한 데 모인 이번 연주는 음악을 통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3일 젊은 거장 김선욱과의 협연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25일,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다양한 국적의 연주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대의 곡을 소화하며 음악으로써 소통하는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TIMF 2012를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는 무대를 선사했다.

▲깊은 소통을 통한 아티스트의 재발견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외에도 소통의 창구는 많았다. 지난 달 26일에는 레지던스 작곡가로서 관객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두 현대 음악의 거장 베아트 푸러와 도시오 호소카와의 곡을 TIMF 앙상블의 연주를 통해 만나 볼 수 있었다. 다수의 한국 초연 곡들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은 관객들에게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선보였다.

이밖에도 두 작곡가는 무대에서 벗어나 친근한 스승의 얼굴로 한국 젊은 작곡가를 지도하고 자신의 작품 ‘FAMA’에 대한 강의를 하는 등 오래도록 통영에 머무르며 상호작용을 이어나갔다.
같은 날 열린 레지던스 아티스트인 김선욱의 무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26일 공연에서 그의 음악적 특색을 보여주는 베토벤과 브람스, 리스트의 음악과 함께 윤이상의 소품 곡을 연주했다.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흔치 않은 모습은 그의 음악 세계의 새로운 일면을 알려주었다.

마틴 그루빙거 역시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역동적인 무대를 선사한 바로 다음날, 타악기 워크숍을 열어 학생들을 지도했다.
이처럼 한 번의 연주로 끝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레지던스 음악가들은 관객 그리고 다른 아티스트들과 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은 소통을 나눌 수 있었다.

▲소통으로 가는 만남의 무대
이번 2012 시즌에는 소통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서로 다른 요소가 함께하는 만남의 무대가 있었다. 지난달 23일 오후, 유키 구라모토와 이자람은 클래식 피아노와 우리 판소리라는 서로 다른 두 장르를 결합한 무대를 선보였다.

음악과 이야기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어린이 콘서트 피노키오’는 16개의 공식 공연 중 유일하게 25일과 26일, 두번 공연되었다. 친숙한 스토리와 멜로디로 어린이 관객뿐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피노키오는 동화적 매력을 한껏 살린 영상과 생동감 넘치는 연기, 그리고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는 음악이 한 데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피노키오는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자 하는 TIMF의 뜻을 반영한 공연으로 관객들의 열띤 반응 속에 그 목적을 이루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통의 끈
지난달 24일 TIMF의 예술감독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지휘를 맡고 있는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007년, 2009년에 이어 다시 통영을 찾았다.

독일 최고의 체임버 오케스트라답게 유려하고 풍부한 선율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곡 외에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일본의 젊은 작곡가 다이 후지쿠라의 그래스핑을 세계 초연하였다. 
떠오르는 피아니스트 김다솔과의 협연으로 펼쳐진 이번 무대는 음 하나 하나에 충실한 관객과의 신뢰를 주고 받는 공연이었다.

지난 2007년 통영국제음악제’에 참여하기도 했던 기타의 신 카주히토 야마시타도 다시 통영을 찾아 서정적인 선율로 25일 밤을 수 놓았다.
오랜 세월 갈고 닦아진 음색으로 러시아 정교회 음악을 노래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카펠라 합창단도 반가운 아티스트였다.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목소리라는 베이스보다 한 옥타브 낮은 소리를 부를 수 있는 단원을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합창단은 기저에 깔리는 목소리를 바탕으로 더 깊은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통영국제음악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아티스트들답게 숙련된 연주를 선사한 세 공연은 10년간 TIMF가 쌓아온 소통의 결과물이었다.

▲새로운 소통의 시작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트리오 메디에벌은 지난달 24일 오후, 기술과 서정성 모두를 담고 있는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넓은 음역대를 소화하며 몽환적인 노래를 들려주는 트리오 메디에벌은 이날 세 명의 목소리만으로 넓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주 레퍼토리인 중세 시대 음악과 민요 뿐만 아니라 현대 음악 곡을 노래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은 이들은 한국 작곡가인 홍성지의 작품을 소화하며 한국 현대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기본적인 악기인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음악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 관객들이 아티스트와 같이 호흡할 수 있게 했다.
다양한 악기의 사용과 실험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한 옴니부스 앙상블 역시 같은 날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가졌다.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아티옴 킴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의 옴니부스 앙상블은 20세기 주요 작곡가의 작품 대부분을 레퍼토리로 소화해내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아티옴 킴이 작곡한 단 악장의 리투르넬, 윤이상의 작품을 비롯한 다수의 현대음악을 연주했다.

현대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이들은 공식 공연 외에도 24일에는 윤이상 기념공원에서 그들의 음악을 직접 배워볼 수 있는 워크숍을, 25일에는 관객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고자 장사도에서 마실 콘서트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우주베키스탄의 전통 음악으로 소통을 이어나갔다.

마찬가지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캐롤린 비드만은 그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음악을 통해 관객들과 교감을 나눴다. 그녀의 공연은 특이하게도 잠시 숨을 고르는 2분간의 곡간 휴식을 제외하곤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처음 통영을 찾아 깊은 인상을 남긴 세 아티스트는 자신들만의 뚜렷한 음악색을 보이며 관객들과 소통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관계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면의 목소리를 통한 자아와의 소통
시즌 기간 내내 다양한 소통의 방식을 선보인 TIMF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다름아닌 자기 내면과의 소통을 다룬 음악극이었다.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긴장감 있는 음악을 이어나가는 베아트 푸러의 ‘FAMA’는 한 여인의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다루며 격렬한 내적 이미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실험적인 면 때문에 난해해 보일 수도 있지만 소통을 주제로 한 통영국제음악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진정한 소통을 아우르는 작품이었다.

다양한 구성 속에 담긴 진실성으로 관객들을 감동시킨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음악의 향연을 이어나갔다.
이밖에도 열정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헝가리 4중주 켈러 콰르텟, 시대에 맞춰 변화하며 국악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윤이상콩쿠르 입상자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피아니스트 알레산드로 델야반 등이 통영국제음악제에 참여해 소통의 음악을 들려줬다.

음악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앞으로의 10년을 이어갈 통영국제음악제의 새로운 발걸음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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