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통합을 이끌 통 큰 지도자를 대망한다
지역통합을 이끌 통 큰 지도자를 대망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0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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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행정체제개편
서부경남연합 대표
경상대 명예교수
서부경남 사람치고 남명 조식선생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명종이 선생께 벼슬을 내리며 불렀을 때 사양하는 상소문이 단성소(丹城疏)라는 것도 안다. 그는 “헛된 이름을 팔아서 전하의 관직을 얻어 그 녹을 먹으면서도 그 녹에 맞는 일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신이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선생은 왕도, 또 관직을 받은 신하도 백성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해야 왕은 왕답고, 신하는 신하답다고 적시한 것이다. 남명의 공직자 관을 읽으면서 진주-사천 통합을 반대하는 지도자들이 현대정치의 주인인 주민에게 제대로 봉사하는 참된 공직자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우리는 의문을 갖게 된다.

우리는 사천지역 지도자가 “사천만으로도 발전의 자족성이 있다”, 또 “여수, 광양, 순천을 포함하는 섬진강시로 가자”라고 한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주민이익을 배반하는가를 예를 들어가며 말하고자 한다. 먼저 사천만으로도 발전의 자족성이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참으로 논거가 약하다. 지금 정부가 수많은 연구진의 연구결과, 즉 지식을 총동원해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는 근거는 지금의 서부경남처럼 쪼개진 시군체제가 여러 모로 문제가 있고, 그 가운데 가장 핵심 문제가 지역의 발전역량 부족이다. “규모의 경제” 하나만으로도 사천의 자족성 결핍을 말할 수 있다. 사천시 인구가 12만이 못 된다. 그러나 국내 연구자들의 지식으로 한 지역의 자치행정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은 인구단위는 55만 명에서 60만 명 사이이다. 그리고 인구 10만 명 수준일 때 돈만 왕창 들고 주민에게 돌아가는 자치행정의 질과 양은 떨어지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사천인구 12만으로 무슨 일을 효율적으로 해 낼 수 있고, 지역발전의 동력을 스스로 마련한단 말인가. 또 사천시의 정치행정의 힘으로 무슨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는가. 그러므로 정치적 효율성도 지극히 낮고, 오늘의 사천 현실이 바로 경제적 효율성과 정치적 효율성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무슨 자족성 운운하는가.

사천의 정치행정 지도자들이 사천·하동·남해·여수·광양·순천을 포함하는 섬진강시로 가자는 말도 낸다고 들린다. 이 무슨 장난인가 싶어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막무가내 주장의 이면을 들추어보면 그들에게 두 가지 집단적 심리를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진주와의 통합을 끝내 싫어하는 점이고 또 하나는 어떻게 하든 사천이 주도성을 확보하겠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먼저 주도성을 위한 노림수가 얼마나 장난스런 발상인가를 들추어 본다. 인구로 보나 역사와 문화적 동질성으로 보나 여수와 광양, 순천이 월등히 우세한데 그들이 사천에 주도권을 내 줄 것이라고 믿는가. 그들은 이미 남해에 광양만권을 묶는 자치단체를 제안한 바 있다고 들었는데, 이름이야 어떻게 붙이든 그들의 주도권 행사 의도를 포장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주도성 싸움은 진주-사천 간의 그것보다 훨씬 치열하게 갈등을 유발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사천시민들의 소외감과 허탈감은 사천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책임을 질것인가 우리는 묻는다.

그 다음으로, 사천지역 지도자들이 섬진강시를 거론하면서까지 한사코 진주와 사천의 통합을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진주상공회의소·사천상공회의소 함께 그간 통합에 관한 공부와 논의를 해 오면서 알게 된 바는 구 삼천포지역이 정치행정가들로 인해 통합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 점을 골똘하게 생각하면서 떠오른 대답은 진주가 그간 도시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서부경남에 대한 주도성이 낮아지고 그래서 사천지역 주민들에게 줄 수 있는 편익이 적었다는 점도 떠올랐다. 이점은 매우 안타깝지만, 개발연대에 서부경남 전체가 겪은 소외의 결과물이다. 그걸 사천, 특히 삼천포지역 지도자들이 진주에 추궁한다면 대답이 없다.

결국 춥고 배고픈 현실을 두고 네 책임이라고 손가락질 한들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참된 지도자라면, 서로 일곱 개로 쪼개져 지낸 긴 세월 동안 서부경남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무력감을 느꼈으니 이제 머리 맞대고 힘을 모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양심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또 소외와 낙후의 돌파구가 아무래도 행정체제 개편이며, 진주와 사천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이렇게 통합시켜서 양심적이고 역량 높은 지도자가 서부경남을 이끌고 발전역량을 높여 주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 지도자가 남해 분이든, 하동 분이든, 사천 분이든 가리지 말고 말이다. 우리 서부경남 도민은 양심과 혜안을 가진 그런 통 큰 지도자를 대망한다. 우리 서부경남연합은 그런 지도자를 서부경남의 지도자로 적극 지지하며 높일 것이다. 지금 때를 놓치면 죽도 밥도 아니며,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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