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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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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1  18: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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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그녀는 기억하는 어린 날부터 예순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말을 참아본 적이 별로 없다. 어린 날에는 말을 해야하는 대상이 부모이기 십상이다. 의식주의 생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부모의 손에 달려있으니. 그녀의 입은 항상 참새처럼 조잘대느라 늘 열려 있었다. “우째 저리 씨부리쌓는지, 조용히 몬하나!” 그녀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지청구였다. 특히 그 부모가 들어주기 곤란한 요구를 하자면 매를 맞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매를 맞는 건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녀도 당연히 매를 좋아하지 않았다.

매를 맞을 것 같은 요구가 있을 경우 그녀는 일단 말소리가 들릴만한 근거리에서 요구를 한다. 먹히지 않은 게 확인이 되면 일단 부모님이 쉽게 쫓아오지 못할 거리를 확보하곤 앉아서 발뒤꿈치로 파바박, 흙을 파며 몸이 터질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구가 들어지면 슬그머니 일어나 역시 부모가 쫓아오지 못하는 동무집이나 들이나 산으로 하루종일 떠돌다가 해가 저물어서야 하는 수없이 기웃기웃 집으로 돌아왔다. 종일 기다리던 아버지는 싸리나무 회처리로 그녀의 종아리를 피멍이 들도록 내리치는 그 과정이 그녀의 유년을 관통했다.

십대와 이십대를 거치며 그녀는 급하고 섣부르게 말을 앞세워 낭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급장 반장은 다 해먹었다. 게다가 책임감을 타고난 그녀는 그런 작은 사명들을 곧잘 해냈다. 그러면서 말에 대한 생각을 자연히 많이 하게 되었다. 기어이 한 가지 결론에 닿았다. 할 말은 하되 기술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그 뻔한 철학이 그 결론인데 이게 말보다 실천하기가 겁나게 어렵다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되던 것이다. 그 문제가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우리 생활에 비중을 차지하던지 차라리 그것은 인생 그 자체였다. 노력을 해도 해도 아쉬움이 남고 끝이 없는 거였다.

말을 할 때 필요한 기술과 지혜라면 그건 또 무엇이냐라는 연구는 정말이지 끝도 없고 한도 없다.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그것은 달리 구사되어야 한다. 누구는 헤실헤실 웃으며 말하는 걸 좋아하고 누구는 진지하게 말해야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아기자기 자세하게 설명을 겯들이는 걸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간단명료하게 결론만 말하는 걸 선호한다. 간단히 말하라고 해서 간단히 말하면 자세히 설명을 더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옛말에 고추장단지가 열두 단지라도 한 사람 시어머니 비위는 맞추기 어렵다고 했다. 바로 그짝이 나는 것이다. 지난한 인생이라.

그녀는 유독 장황하게 말하는 게 어느새 몸에 익었다. 골치 아플 수밖에. 결론만 말해, 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기분이 언짢고 다음부터는 간단히 말해야지 하고 반성도 한다. 더 나쁜 건 성급하게 어떤 결론을 도출해내고 해결방법을 섣부르게 제시하는 일이었다. 그녀의 아들마저 그렇게 해결방법을 말해달라는 게 아니었잖아요, 라고 말하며 짜증을 낸다. 그녀는 그때마다 아차, 하지만 엎질러진 말이다.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도 없고. 더불어 잘 살아보자는 인류애에 입각해 상대방을 위해서 기를 쓰고 한 말인데 돌아오는 건 타박이란 말이지.

분명한 건 사람은 모두 남의 말을 듣기 보다는 자기의 말을 하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좀 한다하는 사람일수록 좌중을 장악하고 자기말만 하는 데 익숙하다. 그렇지만 성격이 소심하여 자기표현이 서툰 사람은 점점 더 자기의 말을 못하게 된다. 자기표현이 어려운 것은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되기도 하고 생래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자기표현을 못하는 일이 더 굳어져서 인생이 소외되기 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애쓰는 게 좋을 것이다. 말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일,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유익한 말하기로 유익한 인생을 창출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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