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광복은 스스로 만든 벽(壁)을 넘는 일
칼럼-광복은 스스로 만든 벽(壁)을 넘는 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8.22 18:31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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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광복은 스스로 만든 벽(壁)을 넘는 일


가을이 오고 있다.

선선한 바람에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 전선이 무너졌다.

제73주년 광복절을 기점으로 기승을 부리던 열대야도 위력을 잃었다.

동네 골목길에 피어 있는 붉은 백일홍이 생기를 찾았다.

불볕더위에 움츠렸던 담쟁이 넝쿨도 다시 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거창경찰서 국기게양대 옆 화단에는 ‘끝없이 피는 꽃’이 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단명(短命) 꽃이다.

그러나 약 100일 동안 피고 지고의 반복을 통해 신선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그루 나무에서 한 해 2000∼5000여 송이가 열린다.


왕성한 번식력과 인내, 끈질긴 생명력이 특징이다.

이 꽃의 이름은 무궁화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동양 최고(最古)의 지리서 ‘산해경’에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군자국은 우리나라를 칭하며, 훈화초는 무궁화의 옛 이름이다.

신라 효공왕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에 ‘근화향(槿花鄕: 무궁화의 나라)’이라는 표현이 나와 약 2000여 전에 우리나라에 자생했음을 추측 할 수 있다.

광복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광복(光復)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빼앗긴 땅과 주권을 도로 찾음’의 뜻이다.

또 다른 광복(匡復)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회복함’을 말한다.

범죄 수사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다.

가게에 있던 쌀 한 포대를 훔쳐 도망가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순찰 근무를 하다가 무전을 받고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쌀을 어깨에 메고 도로를 뛰어가는 사람이 포착됐다.

순간 절도범임을 직감하고 멈춰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미련하게도 쌀을 버리지 않고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불과 추격 약 3분여 만에 현장에서 아주 쉽게 검거했다.

그를 잊을만한 세월이 흐른 후에 경찰서 유치장 입구에서 또 만났다.

그때 알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키마(schema)’는 과거 경험이나 지식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굳어진 나쁜 습관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실패한 과거를 재연하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어리석음을 느끼지만 이마저도 곧 잊어버리고 악순환은 이어진다.

진심어린 충고에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 하지는 않았는가.

누구나 바꿔야 할 습관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무궁화가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 신선한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고 했다.

삶에서 광복(匡復)은 스스로 만든 벽(壁)을 넘는 일이다.

소통, 독서를 통한 사색, 작은 실행의 반복 넝쿨이 장애 전선을 넘는다.

내가 만든 벽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당신은 무엇을 넘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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