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태아에게 치명적
술은 태아에게 치명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0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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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조/진주알코올상담센터장
경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임신 중에 술을 마시는 행위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임신 중이라도 적은 양의 음주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임신부 4명 중 1명 꼴로 “한, 두잔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식약청이 임신부 6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음주의 경험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은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임신 중 음주를 할 경우 태아 알코올 증후군이 생긴다. 태아알코올증후군이란 임신부의 알코올 섭취에 의해 초래되는 태아의 정신적?신체적 발달장애를 뜻하며 두개골과 안면의 기형, 성장장애 및 정신지체 등의 결함을 보이는 질병이다. 임신 중 첫 3개월은 태아기의 유전자 발현은 매우 역동적이고 각각의 분화단계에 따라 계획적으로 발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태아기는 기형유발물질(teratogen)로 알려진 알코올에 의한 태아 기형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태아알코올 증후군을 일으키는 알코올의 양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임신 중 마신 알코올의 총량보다는 가끔이라도 과음으로 인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얼마나 최고조에 달했는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진단과 관련하여 뚜렷한 생물학적 지표가 없는 상황으로 최근에는 3차원 영상 안면 이미지를 이용한 진단이 시도되고 있다.

또한, 임신 중 첫 3개월 동안 술을 마신 여성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성장 후 청소년기에 행동장애(conduct disorder)가 발병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이 592명의 청소년과 어머니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1분기 동안 하루 한 잔 이상 알코올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한 잔 이하 또는 전혀 알코올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보다 행동장애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았다. 이러한 직접적인 영향 외에 최근 덴마크에서 흥미로운 연구가 보고되었다. 임신 중 어머니가 술을 마시면, 태어난 아들의 정자의 질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1984~1987년도에 출생한 남성을 2005~2006년에 정자의 질에 대해서 조사를 했는데, 맥주병 한 잔(330ml = alcohol 12g) 기준으로 어머니의 음주량이 주당 1잔 이하로 마셨을 경우 아들의 정자농도가 4000만 마리/ml였으나 주당 4잔 이상 마신 경우 정자농도가 2500만 마리/ml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나라 여성 음주율은 80년대 약 20%, 90년대 약 50%, 현재에는 80%에 가깝다. 남성에 비하여 절반도 되지 않았던 여성 음주자의 수가 이제는 비슷해져 버린 것이다. 현대를 사는 여성들이 사회, 가정, 개인의 스트레스를 풀 때 술을 선택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유전자는 아직 술에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여성은 알코올 탈수소효소와 체액의 양이 적고 체지방이 남성보다 많아 알코올 분해 능력이 남성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알코올의 독성 작용이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흔하고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심한 경우 유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잔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시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아기는 태아알코올증후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임신 중에는 방심하지 말고 절대 금주할 것을 마음 속에 새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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