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독법 Ⅰ
사기의 독법 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0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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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막걸리학교 교장

‘사기’의 독법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식적 독법이요, 다른 하나는 전문가적 독법이다. 이 두 독법에는 공통된 준비가 필요하다.

①먼저 ‘태사공자서’와 ‘한서’의 ‘사마천전’을 읽어 저자의 연대·성행(性行)·경력 및 ‘사기’ 전체의 윤곽을 알 것. ②‘한서’의 ‘서전’의 ‘사기’를 논한 부분과 유지기의 ‘사통’의 ‘육가(六家)’편·‘정사(正史)’편과 전초의 ‘통지(通志)’의 총서에 ‘사기’를 논한 부분과 ‘수서(隋書)’의 ‘경적지(經籍志)’및 ‘사고제요(四庫提要)’의 사부(四部)·정사류(正史類)에 ‘사기’를 논한 부분을 읽고 ‘사기’가 사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가치를 대략 알아둘 것.

이제 상식적 독법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사기’는 최초의 정사이며 체계적이고 주의주장을 지니고 있는 고대사이며 문장이 또한 지극히 우미하여 2천 년래 배우는 사람들이 송습함으로써 국민상식의 일부가 되어 육경·제자서(諸子書)와 그 지위를 나란히 하는 책이 되었다. 그러므로 모든 학문하는 사람이 반드시 일독해야 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전편은 권질이 자못 호번하여 다 읽어내기가 쉽지 않으므로 지금 시간과 정력의 절약을 위하여 우선 아래의 각 부분을 추려내어 본다.

①십표는 서문만 읽고 표 자체의 내용은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없다. 그 체례를 훑어보고 각 표의 편차방법의 이동(異同)을 비교해 보면 될 것이다. ②팔서는 본래 중요한 부분이지만 현존하는 것은 원본이 아닌 것 같으므로 ‘한서’의 각 지(志)를 읽는 편이 낫다. ③세가 중에 ‘오태백(吳太伯)’·‘제태공(齊太公)’·‘노주공(魯周公)’·‘관채(管蔡)’·‘진기(陳杞)’·‘위강숙(衛康叔)’·‘송미자(宋微子)’·‘진(晋)’·‘초(楚)’·‘월왕구천(越王句踐)’·‘정(鄭)’ 등 각 편은 자료를 10준의 9는 ‘좌전’을 읽는다면 이것은 생략할 수 있다. 다만 전국시대의 세가만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전국책’이 너무 계통이 없기 때문이다. ④‘무제기’·‘일자열전’· ‘귀책열전’ 등은 이미 위서임이 증명 되었고 내용이 무잡·천박하니 읽지 않는 것이 좋다. ‘편작(扁鵲)’·‘창공전(倉公傳)’ 등은 장편이며 정본이 아닌 듯하니 한번 훑어보면 족할 것이다. 이상으로 ‘사기’의 3분의 1은 추려낸 것이 될 것이므로 정력이 적잖이 절약돌 것이며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한 독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⑴저술의 체례와 주의주장을 연구하기 위하여 읽는 경우
‘사기’는 아주 복잡한 체제를 혼용하여 체계화한 것이며 안배가 완전 무결하다고 함은 이미 앞에서 말하였다. 오직 열전 하나만 보더라도 사회와 문화의 각 방면이 빠짐없이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즉, 정치 방면의 대표적 인문은 말할 것도 없고 학문예술 방면의 인물도 빠짐없이 다루어지고 있다.

유향의 소위 ‘칠략’에 따라 분류하여 보면 중니제자·노자·장자·신자·한비자·맹자·순자 등의 열전은 선진시대의 학파를 거의 망라하였으며 ‘유림점’은 진·한 시대의 학파의 연원을  특히 상세히 서술하고 있는 바, 이상은 ‘육예략(六藝略)’·’제자략(諸子略)’에 속한다. 또 사마양저·손자·오기 등의 열전은 ‘병서략(兵書略)’에 속하고 굴원·가생·사마상여 등의 열전은 ‘시부략(詩賦略)’에 속하고 편작·창공전과 같은 것은 ‘방기략(方技略)’에 속하고 귀책·일자 같은 것은 ‘술수략(術數略)’에 속하는 것이다. 또 ‘화식전’이 사회경제에 치중하고 ‘외척’·‘영행’양전(兩傳)이 한 대 정치의 화기(禍機)기 숨어 있는 곳을 암시해 주는 등 도처에서 특출한 식견을 보여 주고 있다.

⑵고대사를 연구하기 위하여 읽는 경우
‘사기’는 최고의 통사이므로 고대 사적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연구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읽는 사람은 먼저 ‘대략을 보는’ 독법으로 전편을 단숨에 한 번 읽고 다음에 다시 자기 자신의 안목을 가지고 시대마다 관건이 되는 요점을 찾아내어 그것과 관계있는 사항들을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서 정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능히 근본적이고 가장 주요한 것을 파악할 수 있고 막연히 읽다가 귀착점을 모르게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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