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행복한가?
학교는 행복한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0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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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익렬/경남과기대 교양학부 교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 마다 빠지지 않고 내세우는 공약(公約)이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외치면서 거창한 교육 공약을 내놓는다. 아마도 워낙 큰 꿈이고 계획이라 단번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체감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또한 공교육이다 사교육이다 참 말들도 많고 전문가도 많은 것이 교육 현장이다. 오늘 아침도 아이들을 깨워 챙겨 보내면서 학교에서 행복했으면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교에 행복이 없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험난한 세상을 버텨낼 수 있는 지식과 지혜, 용기를 배울 수 있을까. 모두에게 묻고 싶다. 자식을 공부만 잘하는 헛똑똑이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인성이 바로 된 지혜로운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학생들은 학교에서 행복해야 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이유가 한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우선은 학생들이 나름 좋은 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입시경쟁 사회고, 배워야 할 학습량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후 늦게 수업을 마치면 학원 1~2곳, 그리고 집에 와서 정리하고 밥 먹고 초죽음이 되어서 잔다.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더 심하다. 최근 10초로 만들어진 ‘고등학생의 하루’라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뜬 적이 있다. 참 가엾고 꽉 막힌 현실에 대한 자괴감이 든다. 학생들은 외칠 것이다. 좀 쉬고 싶고 놀고 싶다고! 어른들도 말한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할 수 있고 어른이 되어도 행복하다고. 아마도 이렇게 말하면 부모들은 난리를 칠 것이다. 촌각(寸刻)을 아껴서라도 공부해야 되지 놀면 되냐고! 참 할 말 없는 현실이지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부모들은 지금 행복하냐고 다시 묻고 싶다. 자동차도 중간에 쉬어야 하듯이 우리 아이들도 쉬고 놀아야 오래 잘 달릴 수 있다. 쉬고 놀면서 평생 간직해야 할 학창 시절의 추억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1시간도 되지 않는 점심 시간이나마 쉬고 놀 수 있게 배려하길 간절히 바라본다.

교사들도 학교에서 행복해야 된다. 매일 출근하면서 ‘오늘은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날까’ 혹은 ‘오늘은 무슨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를 기대하고 고민하면서 출근하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은 옛날 버스에서나 보았던 ‘오늘 하루도 무사히’, 혹은 ‘오늘 하루도 잡무(雜務)에 시달리지 않게’라고 바라면서 출근할 것이다. 가르치는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하고, 부모들도 행복하다. 특히, 지금은 학기 초라 너무 바쁘다. 너무 바빠서 수업도 제대로 못해 자습의 연속이라니!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물어보면 수업에 대한 연구 때문에 바쁜 게 아니라고 한다.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거기다가 도교육청과 해당 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문 처리 때문에 너무나 바쁘다니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공문 처리가 조금만 늦어도 한 소리 듣기까지 한다니 학생보다 공문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게다가 일 벌리기 좋아하는 관리자라도 만나면 상상 초월로 바쁘다니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틈이 없어 보인다. 교사가 수업이 아닌 잡무에 시달리다 보니 학부모와 상담할 시간이 없다. 학부모가 자녀에 대한 속 깊은 상담을 하고 싶어 학교를 찾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서 학교에 갈 수가 없다. 교사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잘한 학생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다독거리고 격려해주는 모습을 우리 사회는 바라고 있다. 교사가 여유있고 행복해야 학생과 부모가 행복함은 분명하다. 또 다른 행복의 저해 요인은 관리자와의 의사소통 부재다. 관리자의 고압적인 자세에 누가 바른 말을 하겠는가. 물론 존경받는 관리자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가 먼저 들리는 법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은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꼭 필요한 것만 하면 된다. 업무 분장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 그것은 오로지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하루 하루 웃음 넘치는 행복한 학교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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