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겸섭/경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김겸섭/경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미래의 기술과 시민교육
최근 베를린을 다녀왔다. 행사의 역사나 규모 면에서 첫손가락에 드는 ‘국제가전ㆍ통신박람회’(IFA) 준비로 시끌벅적하였다. 일정상 대규모의 화려한 전시들을 직접 살펴볼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하지만 행사 준비를 위해 미리 나온 어느 대기업 직원들과 같은 숙소에서 조촐한 이야기 자리를 갖게 되었다.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단연 가장 큰 관심사는 기술의 미래와 관련된 것이었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언론, 학계 등 도처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것들이었다. 게다가 이것들은 황금알 낳을 거위로 널리 회자되며 ‘제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중핵 기술들로 평가되지 않던가?!
그 자리에서 오고 간 현란한 변화의 담론들을 여기에 모두 소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이미 변화의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서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보였다. 첨단의 기술들을 소개하는 대기업 직원들의 목소리에서 미래사회를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고 낙관적 미래에 대한 기대 역시 선연했다.
하지만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도래할 미래’가 희망적이기만 할까?! 아니 그 이전에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그러한 기술이 가져올 낙관적 기대가 가릴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떤 숙의를 진행하고 있는가?! 그러한 첨단의 변화들이 우리의 일상을 식민화하지 않고 그것들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의 설계는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인공지능이 주도할 미래사회가 궁금하다. 하지만 첨단 기술의 환대를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역량 향상에는 소홀하지 않은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질 기술들이 독약이 될 수 있음을 역사는 말해 준다. 혁신적인 테크놀로지와 공존할 사회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의 과정이 본격화되기를 희망해 본다. 일터와 일상을 지배할 인공지능과 자동화시스템을 사회 전체의 공동 자산으로 쓰기 위한 장기적 계획과 사회적 합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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