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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착한 영희씨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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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1  18: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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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착한 영희씨

영희씨는 제법 큰 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영희씨가 마트를 한지는 20년을 훨씬 넘었다. 처음에는 지금 가게의 반 정도 되는 점포에서 슈퍼를 시작했다. 가게 간판도 서울슈퍼였다. 지금은 서울슈퍼의 맞은편에 위치한 더 큰 장소를 얻어 마트를 열었다. 영희씨는 내 청춘이자 내 반 평생이 여기에 담겼지요, 라고 말한다. 영희씨는 성실하다. 한 사람이 성실하면 분명히 돈도 벌게 된다. 영희씨도 돈을 꽤 많이 벌었다. 자식도 딸과 아들을 두었다. 다들 건강하고 반듯하다. 요즈음 영희씨는 졸업논문 쓴다고 바쁘다. 몇 년 전에 국악과에 입학했는데 벌써 졸업이라니.

영희씨 전공은 장구인데 영산홍이 한창 붉은 지난 봄에 첫 연주회를 가졌다. 시내에 국악쟁이들은 다 모였든지 잔치 규모가 상당했다. 시립 문예회관을 가득 매운 관객들이 너나 할거 없이 신이 났었다. 무대 아래서 구경을 하는 나도 어찌나 무대 위에 올라가고 싶던지. 관람하는 내내 관객과 함께 하는 뒷풀이 공연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뒷풀이 공연은 있었고 영희씨와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영광을 안았다. 영희씨는 연주가 서툴기는 했지만 가장 멋있었다. 슈퍼를 하는 짬짬이 연습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영희씨는 슈퍼우먼!!!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못해먹겠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기사가 연일 보도 된다. 일꾼을 데리고 영업을 할 만큼한 규모를 가진 자영업자라면 많아야 임금 20만 원 더 올려준다고 문을 닫아야 하는지 의아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최고 임금 인상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희씨한테 물으보면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런 예민한 걸 물어봐서 미안하지만 영희씨라면 가감없이 말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영희씨는 뭐 그런 걸 가지고 고민했느냐고 물어보면 되지,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근 조근 말해주었다.

“최저임금은 최저 임금이잖아요. 그것을 안 채워주면 불법인 건데 우리 가게는 벌써 2년 전부터 저기 우리 아줌마 월급이 최저 임금을 훨 넘었어요. 지금 인상되는 최저보다도 훨 많아요. 그렇죠?” 영희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일하는 아줌마를 가르켰다. 아줌마가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저런 유세 잘 안 하는데 첨이네. 맞아요, 전 벌써부터 인상된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고 있어요” 이번엔 의아한 내가 물었다. “그럼 안 망해요?” 착한 영희씨는 대답없이 또 소리없이 씨익-웃으며 어깨를 들썩했다. “며칠 전 우리 열악한 국악과에 1000만 원 기부했어요. 돈이 안 벌려 망할 것 같으면 선뜻 1000만 원을 기부하겠어요?” 일하는 아줌마가 보충하듯 슬그머니 말해주었다. 착한 영희씨의 대답을 들으면 속이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더 이상하고 찜찜해졌다. 그럼 망한다고 목소리를 자꾸 키우는 사람들은 뭐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멍청한 표정으로 서있는 내게 영희씨가 내가 좋아하는 하드를 꺼내 주었다. 아무리 착한 영희씨라도 공짜로 잘 안 주는데. 하드를 쭐쭐 빨며 고맙다고 말했다. 마침 기본 야채가 떨어졌다는 걸 상기하곤 풋고추와 대파와 다진 마늘을 골라서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야채가 싱싱해서 기분이 풀렸다.

영희씨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마주보며 말했다. “절대로 내가 유난히 착한 것이 아니에요. 난 그냥 손님이 꾸준해서 내 재산이 꾸준히 늘어나면 기분 좋고 손님이 줄어들어 내 재산이 늘어나지 않으면 걱정이 되고 짜증도 나는 보통 여자이고 직업이 슈퍼 운영자인 것이지요. 최저임금 때문에 망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망할 수 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영희씨가 그렇데 말하니 더욱 그녀가 존경스럽게 보인다. 더 정이 간다. 당연히 뭐든지 영희씨의 마트에서 사고 싶다. 다행히 영희씨 마트에는 없는 게 없다. 그녀의 가게에 없는 것이면 사용 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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