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합천의 핵 이야기
서울과 합천의 핵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0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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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 공동체 대표
지난 3월말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중요한 행사가 서울과 합천에서 열렸다. 3월 26일∼27일 서울에서 개최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와 3월23∼24일 합천에서 개최된 2012합천 비핵ㆍ평화대회가 그것이다. 이 두 행사는 둘 다 긍정적이고 진일보한 역사의 진전을 이루어 낼 가능성이 엿보인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2010년 워싱턴 1차 정상회의와는 달리 보다 진전된 구체적인 협약들이 진행되었다. 27일 발표된 서울 코뮈니케는 핵물질의 최소화 노력, 원자력시설의 보수, 핵ㆍ방사성 물질의 불법거래 방지, 국제 원자력 기구 등 핵 안보관련 국제기구와 다자협의체 활동 강화 등이 논의·합의되었다.

특히 고농축우라늄(HEU) 폐기성과가 이루어져 우크라이나, 멕시코, 아르헨티나, 호주, 체코 등 10개국 모두 480kg폐기, 미국 7톤, 러시아 48톤의,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프랑스, 벨기에와 저농축우라늄(LEU)을 연구용 원자로에 사용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합의하기로 했다. 한ㆍ중ㆍ일 3국의 원전 안전협력의 필요성도 이미 실무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진전이다.

그러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게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인류는 핵을 다루기에는 불완전한 존재이고 우리의 문명이 핵에 의존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황임을 핵의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금번의 핵안보정상회의가 핵테러 공격위협으로부터의 핵안보를 우선적으로 논의했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핵 참사는 테러집단으로부터가 아니라 핵 강대국인 미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발생했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그리고 최초의 후쿠시마의 참변, 미국의 비키니 섬의 폐허, 러시아의 체르노빌이 그런 예이다. 우리나라는 21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세계1위의 핵발전소 밀집도를 보이고 있다. 노후 원전의 잦은 고장 등으로 인한 대형 참사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핵은 이중적이다. 전 세계 보유 핵무기가 12만6000개라는 경악과 공포의 무기 체제를 유지하니 순서로 원전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논리가 공존한다. 이제는 단지 핵안보가 아니라 핵 없는 세상에 대한 담대한 상상력과 의지를 국가적으로 표현해야 될 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합천에서의 비핵ㆍ평화대회는 핵의 편리성과 경제성 이전에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우선에 두고 원폭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모든 기술과 과학은 인간존중에 둬야한다는 변할 수 없는 진실을 보여준 대회였다. 전력의 안정적수급과 국가보위의 명분으로 핵폭탄과 핵발전소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문명과 인간본성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 독일은 2022년, 벨기에는 2034년까지 완전탈핵을 선언했고 많은 나라가 핵의 안보가 아니라 핵의 원천적 폐기를 고려중이다. 핵은 결코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에 어울릴 수 없다.

지역공동체가 수십 년 동안 땅을 유기농옥토로 만들어놓고, 수백 년에 걸쳐 찬란한 문화의 위엄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인간의 헤아릴 수 없는 정성과 창의와 수고로 형성된 도시와 마을일지라도 그 모든 것을 죽음의 땅, 접근불가의 저주의 땅, 영원히 버린바 된 맹지로 만들 수 있는 상실의 공포가 단 한순간의 핵폭발로 일어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인한 피해면적은 20km권역, 624㎢다. 서울시 면적이 605㎢이니 일본은 한순간에 서울시만한 땅을 잃고 그토록 애터지게 일구어왔던 국부와 국력은 순간에 주저앉았다. 미래를 장담할 자 누구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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