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칼럼-선(善)한 삶
보훈칼럼-선(善)한 삶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9.20 18:4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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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선(善)한 삶


계절이 바뀐다. 청량한 바람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좋은 사람 냄새가 스며 온다.

아직도 읽혀지는 로마시대의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엔 ‘인간은 땅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동안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 세상에서 물러갈 때가 되면 즐거히 복종하라. 올리브 열매가 자신을 태어나게 한 나뭇가지에 감사하며 기꺼이 떨어지듯 해야 한다’라는 글귀가 있다. 2000여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자연의 순리대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지 않은가?

▲우리가 일제의 암흑기에 그 중에서도 가장 천민인 소록도 한센인에게 희망의 불씨를 안고 찾아왔던 이방의 소녀티를 갓 벗어난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선교사는 진물이 나는 몸뚱이를 제몸인양 사랑으로 품었다. 테레사와 다름없는 성녀로 말이다. 한평생을 헌신하고 돌아가 고향 호주에서 잔잔한 미소로 바람에 날리며 황혼을 보내고 있단다.

▲주한 미대사(1993-1997)를 지낸 ‘제임스 레이니’는 귀국 후 무명의 에모리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건강을 지키려고 매일 걸어서 출근을 했다. 듬성듬성 집들이 정원을 끼고 있는 교외길을 사색하며 걷는 즐거움을 안고 그러다가 어느 검소해 보이는 주택 정원 벤치에 허름한 옷차림의 노인이 외롭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가만히 다가가서 상냥하게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했는데 노인은 무심한 듯 반응이 없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노인은 씁쓸한 모습으로 있었고 그도 인사말을 건네며 출근을 했다. 시간은 흘러갔고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면서 인사에 반응을 보였다. 둘은 어느새 친밀감이 생겼고 그는 커피를 가져 가기도하고 벤치 앞 잔디를 손질해 주기도 했다. 2년여 시간이 흘러간 어느날 노인이 보이질 않았다. 그 다음날도…그는 초조해져서 안전부절하다가 노인의 집을 찾았더니 그 노인은 운명을 한 것이었다. 긴 세월은 아니지만 노인과의 추억을 슬픔 속에 되새기며 돌아서 터벅터벅 걷는데 누군가 뒤쫓아 와서 곱게 접은 봉투를 내밀었다. 의아해하며 뜯어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허름했던 노인은 코카콜라 회장이었으며, 만년에 친절을 베풀어 주었음에 감사한다는 메모지와 코카콜라 주식 5% 및 25억 달러의 수표가 들어 있었으니까! 노인은 일생을 검소하게 살았고 남모르게 선행을 베풀었다. 오늘날 세계유수대학과 반역에 오른 에모리 대학의 이면엔 그때 제임스 레이니가 한푼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전액을 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은 청교도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 사례다.

▲근세인물 중 훌륭하게 살다간 유한양행 창립자 유일환 박사,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 가나안 농군학교 김용기 장로, 형제·자매 형부 등 전 가족 애국지사 김마리아 등…부지기수의 좋은사람 덕분에 오늘의 이 나라가 돌아가고 있다. 현재를 살면서 감사하기보다 방종에 가까운 사람이 너무 많은건 아닐까? 죄는 죄로 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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