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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바이러스에 대하여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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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30  18: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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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바이러스에 대하여

날씨 탓인지 나이 탓인지 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운동도 하고 영양도 챙겼건만 해마다 이걸 피해 가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병원에 갔더니 비슷한 증상으로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줄을 섰다. 너무나 흔해서 누구나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이게 지나갈 때까지 사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때그때 차이는 있지만 기침 가래 두통 인후통 콧물 코막힘 혹은 발열 …, 어느 하나도 고약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의사가 아니라도 이젠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이건 우리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와 우리 몸의 면역력 사이의 싸움에서 이 침입자가 일정 부분 우위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몸의 면역력이 약해 이 녀석을 해치우지 못하고 그 ‘독성’에 ‘감염’을 일으키고만 것이다.

중학생 땐지 고등학생 땐지 기억은 희미하지만 나는 이 바이러스라는 녀석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을 때, (예컨대 이 녀석이 라틴어로 ‘독’을 의미한다든지, 세균(박테리아)과 달리 생물이 아닌 미생물, 아니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이라든지, 세균보다 1000분의 1 정도 크기로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고 전자 현미경으로 겨우 그 모습을 드러낸다든지, 동물이든 식물이든 숙주에 달라붙어 자기증식으로 한다든지... 기타 등등) 그때부터 이 녀석의 존재에 대해 강한 반감과 묘한 의문을 느꼈었다. 이 고약한 녀석이 도대체 왜 존재하는 걸까…. 이 녀석의 특징은 도대체 뭘까…. 뭐 그런 것. 그러나 애당초 시원한 답이 있을 리 없다.

지금 나는 애매한 채로 이 녀석에 대해 몇 가지 철학적인 의견을 갖게 되었다. 우선 이 녀석은 인간에게 있어 명백한 ‘악’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비겁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몸을 숨긴 채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선악불문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오직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가차없이 이용하고 공격을 감행한다는 것, 잡초처럼 아무리 뽑아도 좀처럼 절멸되지 않는다는 것, 끈질기게 살아남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변이하며 힘을 증폭시켜나간다는 것, 하여간 엄청난 생명력을 지닌다는 것, 등등이다. 이른바 ‘악’의 본질적 속성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의외로 잘 모르고 있다. 실은 이렇게 고약한 바이러스가 감기만 일으키는 게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정신적 대기에는 이른바 ‘사회적-정신적 바이러스’가 만연해 있어 온갖 사회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 증세는 감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온갖 비리와 부정, 부조리, 불합리, 불공평, 불평등, …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른바 갑질도 패거리싸움질도 인문학의 붕괴도 다 그런 사회적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사회적 감염증에 다름 아니다. 이건 그 위력이 너무 막강해 사회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감기가 그렇듯 사회적 병폐도 그 삶의 질을 형편없이 저하시킨다는 것을 사람들은 의외로 잘 모르고 있다.

우리는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생물학적 바이러스든 사회적 바이러스든 우리는 그것들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맞서 싸워 이겨서 우리의 건강을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거기엔 이유가 없다. 건강은 무조건 그리고 절대적으로 ‘좋은 것’ ‘선’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건강’이라는 걸 고려할 때 지금 우리 사회는 증세가 좀 심각한 편이다. 진단과 처방과 치료가 절실히 필요하다.

정치와 교육과 언론이 그 병원 내지 의사 역할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전에 병원 내 감염은 없는지 좀 점검을 해봐줬으면 좋겠다. 위대한 인간이 바이러스에게 당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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