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증류수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도민칼럼-증류수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0.01 18:43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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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에듀맥스 대표·경찰대학 외래교수

김병진/에듀맥스 대표·경찰대학 외래교수-증류수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청렴문화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논리가 있다. 그 논리는 바로 공자가어에 수록된 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라는 글귀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자연도 그러하듯이 인간사에서 사람이 너무 원리원칙을 따지고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으니 적당히 틈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포용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실제로 생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증류수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한다. 증류수라는 것은 자연수를 증류하여 모든 불순물을 제거한 물이며, 무색투명하고 무미·무취하며, 화학실험과 의약품 따위에 쓰인다. 바로 이 증류수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는 것이니 공자의 말씀이 타당하지 않는가. 사람도 너무 원리원칙을 따져서 증류수 같이 되면 따르는 무리가 없다는 지혜로운 말씀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글귀가 청렴문화의 확산을 가로막는데 활용되는 것을 반대한다.

국제투명성기구라고 하는 국제기구가 각국의 청렴도를 국가별로 점수를 매겨 순위와 함께 매년 그 자료를 공개한다. 2017년도의 자료를 기준으로 2018년 2월 발표된 청렴순위 자료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투명한 나라는 뉴질랜드이다. 이 나라의 청렴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89점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청렴도 순위가 전 세계 20위이고, 청렴도 점수는 73점이다. 중국의 청렴도는 전 세계 77위에 청렴도 점수는 41점이다. 우리나의 청렴도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청렴도 순위는 전 세계 51위이고, 청렴도 점수는 54점이다. 물고기는 증류수와 같은 순도 100%에서 살수도 없지만, 냄새나는 더러운 물에서도 살수가 없다. 오염된 물에서는 숨을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청렴도가 100점 만점에 70점정도 되면 30% 불순물이 섞였지만 깨끗한 물에 비유될 수 있고 어떤 물고기든 살 수 있다. 청렴도가 60점 정도만 되어도 1급수 물고기는 아니더라도 그 이외의 물고기들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청렴도가 50점 정도라면 서서히 살기가 어려워진다. 불순물이 50%나 되기 때문이다. 청렴도가 40점대이면 매우 냄새나는 더러운 나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54점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떨어져 만약 40점대가 되면 이 나라는 매우 부패해서 살기도 싫고, 살 수도 없다고 국민들이 체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물고기가 살 수 있는 단계와 도저히 살 수 없는 단계의 경계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인데 청렴교육을 하거나 청렴문화 확산을 이야기하면 물이 너무 깨끗하면 물고기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더럽고 냄새나는 물가에서 이 논리를 이야기 하면서 물을 정화시키기를 거부하는 사람과 마찬가지이다. 더럽고 냄새나는 물가에서 대부분의 물고기는 조만간 배를 드러내고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사회는 원리원칙을 정확하게 따지는 사람을 보고 융통성이 없다고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작금의 우리 사회가 부패한 것은 융통성을 너무 과하게 허용하기 때문이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융통성은 좋은 말이다. 하지만 원리원칙에 기반 하지 않는 융통성은 부정부패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융통성을 빌미삼아 아무 거리낌 없이 부패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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