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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안시성, 패배주의 극복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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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1  1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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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안시성, 패배주의 극복

요즘 뜨고 있는 영화 ‘안시성’을 보았다.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알고 있다’는 이것이 과연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인지를 되묻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여중생이 깔깔거리며 내 뱉듯, ‘쪽수’를 무기삼아 미국·중국 사대주의자 및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다수 주류를 이루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떼거리가 많은 그들의 말들을 정론이라고 고집을 피우고 있는 우리나라 학계 및 정치·경제 풍토에서, 내가 알고 있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역시 그들의 집단 최면술에 걸려든 채 그들의 최면 속에서 내가 알고 생각하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든다. 단군 조선은 그저 신화일 뿐이고, 고구려는 한반도 강역고 안에만 있었던 것이라는…과연 그럴까?

정확한 기록여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안시성 싸움당시 고구려 군대는 10만 내외, 당나라 군대는 20만에서 50만 정도였다고 한다. 어떻든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절대적 열세 속에서, 성이 함락되어 처참하게 멸살(滅殺)당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안시성 사람들은 불굴의 정신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당나라 군대를 물리쳐 성을 지켰다. 속이 다 후련하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진양 강씨 시조 강이식장군의 승리, 연전연승의 해전승리 뿐만 아니라 단12척 배로 330여척과 맞싸워 이긴 이순신 장군, 농사꾼까지 합친 조선군대 약 8600여 명으로 일본 정예군 약 3만 여명을 맞부딪혀 승리한 진주성 싸움, 청산리 전투 등 우리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승전들도 많다.

이런 승리들은 매사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현실적·합리적 조건’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사건들이다. 그러나 역사에는 근엄한 합리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이런 기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인자로서 ‘해맑은 얼’을 든다. 불굴의 ‘혼(魂)’을 말한다. ‘해맑은 얼’이 생생하게 살아서 빛발 치는 사람들은 강인한 생기와 활력으로써 기적 같은 일을 이루어 낸다. 반면 ‘얼’이 썩어 있으면 아무리 떼거리가 많아도 될 일도 이루지 못한다. 이 살아있는 ‘얼’과 ‘정신’을 더욱 해맑고 굳세게 하는 것이 역사라고 한다. 역사의식이 흐리거나 썩어 있으면 그 개인도 민족도 국가도 썩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불행하게도 불멸의 ‘민족혼’을 이을 수 있는 역사의식을 잃어 버렸다. 재야 사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주장한다. ‘쪽수’로 현실 세력을 형성하여, 중 고 대학 및 각종 연구소들에서 편한 밥벌이로 근엄한 신트림을 하며, ‘우리나라’와 ‘우리’를 형편없는 좀팽이로 단정 짓는 강단사학자, 식민사학자들 탓이라고 매도한다. 물론 그들 재야 역사학자들의 열띤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민족혼(民族魂)을 외치는 그들의 열정에는 적극 공감한다.

그들은 주장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 하늘 ‘천(天)’에서 하나(一)를 빼어 ‘하늘’을 잃어버렸다. 대신 남게 되는 ‘큰(大) 것’을 섬기는 것이 현실이라 주장한다. 대국을 숭상하고, 권세 있고 재력 있는 부당한 것들에 저항하지 못하고, 큰 것들의 눈치를 보는 좀스런 정신아래 놓여버렸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진정 ‘참된 우리’로서 인류문화에 기여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이 ‘하늘의식’ 즉 천심(天心)을 회복하여야 한다. 돈 몇 푼과 상대적 우월감에 도취되어 상대를 안하무인으로 깔보며 내리 까기를 마다않는 악마같은 ‘갑질’도 하늘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늘의식과 민족혼을 지닌 독립영웅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내팽개쳐 묻어두고, 얄팍한 먹이 한 줌 때문에 독립투사를 밀고하며 친일하며 잘 살았던 후손들이 지금도 권력, 재력, 행정력 등을 장악하여 국민정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없는 대한민국은 곧 멸망할 것처럼 허둥대고, 중국의 헛기침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끝없이 감추며 속이고 있는 (구)소련인 러시아에 긴장해야 하고, 일본의 일어섬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역시 불굴의 역사의식을 잃은 탓이다.

이런 부당한 큰 것들을 우리의 의지대로 끌고 나가야 하고, 우리의 정신에 반하는 큰 것들을 박살내야 하며,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우리는 하늘같은 겨레의 모습으로 우뚝 서고 또 달려야 한다. 영화 안시성은 이런 불굴의 얼과 호탕한 기개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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