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어떤 나라인가
대만은 어떤 나라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0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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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수/서양화가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강사
작년 1월에 대만을 다녀 올 기회가 있었다. 중국은 몇 번 다녀올 기회가 있었지만 대만은 처음 방문이었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인해 다녀와서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만은 한때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나라이거니와 공산주의와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의 유일한 국가 중 한 나라라는 생각도 일정부분 있었다.

1992년 ‘대만과의 외교단절’과 광저우 아시안 게임 때 ‘양수쥔 선수의 태권도 판정 사태’이후라 국민들의 속마음도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짧은 기간 동안이라 전체적인 분위기를 다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몇 가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처음 방문한 대만의 느낌은 아직도 반공국가라는 이미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가는 곳 마다 숨겨 놓은 전투기이며 방공호 등은 깊은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또 다른 일면으로는 꾸준한 군비확충과 군인들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반공산주의, 반중국주의 분위기였다. 한국하고는 1948년에 정식수교를 하였고, 그 이전에는 장세스 총통이 이끄는 국민정부가 한국 임시정부의 항일전투 지원과 광복이후 어려운 시절 경제적으로 도움을 준 적도 있었다. 한국과 대만의 관계는 그 때부터 시작하여 공산주의 확산 방지에 최전선에 같이 있었으며, 우방국 친구이자 동지로서도 서구의 공산주의 붕괴시절까지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던 아시아의 유일한 수교 국가였다. 그리고 대만은 1971년 유엔에서 탈퇴하기 전까지는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5대 상임 이사국 지위까지 갖고 있던 나라이었기도 하다. 그러나 1971년 중국이 유엔 가입과 함께 유일한 중국이라는 지위를 갖게 됨으로써 일본, 미국 등과도 단교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대만은 세계사의 입지에서 점차 그 영향력이 약해지게 되었다.

한국 역시 변화하는 북방정책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외교 단절을 선언함과 동시에 중국과는 외교를 맺게 되는데 갑작스러운 한국의 태도에 대만 정부와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한국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통일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동조가 없이는 그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 시절 중국 국가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한국과 빠르게 수교를 함으로써 대만의 국제적 입지를 급진적으로 약화시킴과 동시에 개혁 개방을 함께 도모 하고자 하였다. 즉 중국이 세계무대에 자신 있게 나서게 된 계기가 한국과의 수교로부터 시작 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대만은 예로부터 한적불양위((漢賊不兩立) 원칙을 고수하였다. 중국은 한국과의 수교에서두 개의 한국 모두를 수교함으로써 우위권을 확보하게 된다. 대만의 입장에서는 중국과 수교한 한국과는 절교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지만 대만은 한국을 포기할 수가 없어 쌍중승인 형식이라도 유지 하고자 하였으나, 한국은 중국의 강압적 수교조건(?)으로 말미암아 결국 단교하고 말았다.

그 후 대만 정부는 대사관 건물과 학교 부지를 하루아침에 중국에 내어주고 국기 하강식을 마지막으로 하고 한국을 떠난다. 수교 다음해인 1993년에는 각각의 나라에 대표부를 두는 관계로 발전되기도 하였지만 대만 정부와 국민은 아직도 가슴속에 큰 응어리를 갖고 있다. 그때 중국과의 수교에 최 일선에 있었던 관계자들은 지금도 이렇게 말한다. “중국과의 교류가 가장 잘한 외교사의 업적이다”라고. 지금은 부인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경우가 되어 버렸지만 씁쓸한 마음은 가슴 한 구석에 아직도 남아있다.

1992년에 대만은 마지막까지 공산정권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외교거점이자 가장 중요한 수교국인 형제국을 잃어 버렸다. 지금은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한류에 찬사와 질투의 속내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거대하게 커버린 공산·사회주의인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최전선의 나라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과 대만 그리고 인접해 있는 국가만이 그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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