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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공동체의식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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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5  18: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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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공동체의식

시월 상달, 날도 좋고 먹을 것 많아 계절 중 가장 축복받은 계절이다. 봄은 아름답지만 굶어 죽는 이들이 많아 슬픈 계절이고, 여름은 사람이든 식물이든 성장의 욕심이 너무 심하여 짜증나는 계절이다. 겨울은 너무 추워 모든 생명체들이 동면(冬眠)으로 들어가고 사람들도 움츠러든다.

그러나 가을은 너 나 없이 풍요로워 옥색 빛 하늘에 그저 감사하고픈 마음뿐이다. 그래서 상달이다. 10월에 제천의식(祭天儀式)이 많고, 각 종 축제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나라는 시월에 개천절을 두고 있다.

하지만 가을은 또한 엄중(嚴重)하다. 떠나야 할 때이고, 떠나는 이들을 보내야 한다. 가을은 숙살지기(肅殺之氣)의 기운으로 떠나는 이와 남는 이를 갈라지게 하는 가슴앓이 계절이다. 또한 가을은 여름의 절제 없는 무성함을 냉엄하게 정리하여 아름다운 낙엽으로 물들어 떨어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대책 없이 욕망과 욕심으로 키우기만 하였던, 그리하여 무성함 속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였던 이름 모를 들풀들과 키 작은 나무들도 가을엔 형형색색 자기 모습을 드러내어 온 가을을 황홀하고 아름답게 채색한다.

옛 우리 선조들은 이 아름다운 계절에 가슴 벅찬 위대한 제천의식(祭天儀式)을 거행하였다. 부여(夫餘)의 영고(迎鼓), 고구려(高句麗)의 동맹(東盟), 동예(東濊)의 무천(舞天), 삼한(三韓)의 시월제(十月祭) 등이 그것이다. 하늘에 우리 모두의 존재함에 감사드리고, 풍요로움에 환희의 노래를 부르고, 우리 모두의 하나 됨에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저마다 수확한 것을 저마다 내어 놓아 필요한 사람, 없이 살아 서러운 이들에게 한 겨울을 지내도록 넉넉하게 나누어 주었다. 여기에 잘난 생각도 못난 의식도 없었다. 그저 어울려 하나 되는 무리들의 춤사위만 있을 뿐이었다. 그럼으로써 ‘대동의 공동체’라는 황홀감 속으로 저마다 가슴으로 모두를 포옹(抱擁)하였다. 그리하여 가을은 욕망의 정리 기간이자, 공동체로 하나 되는 단련 기능을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가을은 계절의 훌륭한 정리자요, 교통순경이요, 판사고, 법률 집행가고, 잡다한 갈등과 혼란을 멋지게 정리하는 정치가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톤(David Easton)는 ‘정치를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하였다. 이른바 다양한 가치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치와 욕망을 구현하기 위하여 강력하게 충돌하는 혼란스런 갈등을 잘 정리하여 갈무리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가치를 갈무리하면서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금 여기서의 욕망의 충돌을 아름답게 조화시켜 더불어 멋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을은 정말 멋있고 아름다운 정치의 계절이다.

이런 정치적 계절에 나라살림을 점검하는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또 내년도 예산을 국민의 살림규모에 맞추어 심의하여 의결한다. 능력 있는 이들은 더 크게 이루어 국가사회와 이웃에 큰 보탬이 되도록 하고, 힘이 부대끼는 이들도 저마다의 삶의 현장에서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북 돋우어 주도록 하는 것이 정치다. 중앙정부에서는 국회이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의회의 기능이다. 정치란 모든 이들을 포용(包容)하여 너저분한 것들을 정의롭게 갈무리하고 미래를 지향하며 포옹(抱擁)하는 행위다. 가을의 기운(氣運)은 이런 정리활동을 하는 숙살지기(肅殺之氣)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현실은 가을 하늘 보기에 너무 창피하다. 우리의 정치행태는 가을 단풍보기에 너무 부끄럽다. 우리의 살림살이는 가을 결실에 비추어보면 참으로 빈약하다. 우리의 치장(治粧)은 가을들녘 풀꽃에 비하여 참으로 초라하다. 우리의 탐욕은 다람쥐 도토리 모으기보다 무섭고, 우리의 나눔은 꿀벌이나 개미들에 비하면 사람이라 하기에 자괴(自愧)스럽다.

진주에도 한잔에 6만원씩이나 하는 커피가 잘 팔리는 반면, 3000원 짜리 짜장면도 불티난다. 지난날 중산계층 대상의 평균 가격 장사는 이제 백발백중 망한다고 한다. 아예 비싸게 부르든지 아니면 아예 싸게 내어 놓아야 한다. 이제 진주도 바야흐로 양극화 몰살이다.

그 옛날 가을 축제를 올리며 유라시아 초원과 배링해를 건너 남북 아메리카의 산맥을 휘날려 달렸던 조상들 보기가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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