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투석,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원정 투석,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 박철기자
  • 승인 2018.10.17 18:24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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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서춘수 함양군수가 열린군수실에서 민원인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함양 인공신장투석환자들 열린군수실 면담서 호소
관내 혈액투석 병원 없어 인근 시군 왕복 불편 극심

“투석환자로서 함양에 병원이 없어 거창, 진주, 남원으로 원정 투석을 다니며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럽다”

지난 16일 오후 5시 30분께 서춘수 함양군수실은 몸이 불편한 환자들 10여명과 언론인들로 들어찼다. 이날은 10월 열린군수실이 열리는 날이었고, 17건의 민원인들이 차례로 군수실을 찾아 면담했다.

이날 12번째 ‘인공신장투석실 설립’에 관한 민원에 특히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전임군수시절 여러 차례 민원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행정에 좌절했던 이들이 신임 서춘수 군수에게 전향적 대응을 기대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함양지역의 혈액투석 환자들이 ‘군수에게 바란다’ 코너와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리며 시작된 ‘인공신장투석실 개설’ 민원은 2년째 답보상태다. 군은 그동안 행정지원이나 현실적 어려움 등을 들어 민간병원의 자체 유치만 바라는 자세로 일관해왔다.

함양 관내 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증) 환자는 약 50명으로,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 환자는 30명이다. 이들은 신장이식 말고는 치료가 불가능해 평생 투석해야 한다. 한 의료전문가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의 증가는 만성콩팥병 환자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신대체요법(이식 및 투석 등) 환자 수는 지난 30년간 34배나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에 인구감소문제로 위기에 처한 함양 같은 시골에선 미래를 대비한 선제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함양지역 혈액투석 환자는 1주일에 3번 인근 거창, 진주, 남원 등에 인공신장투석실이 갖춰진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투석에 4시간, 왕복 시간과 교통비, 치료비용(월 30~60만원), 평생을 지속해야 하는 부담 등을 생각하면 환자와 가족들에겐 끔찍한 고통이 아닐 수 없다.

함양 환자들은 2016년 12월 첫 민원제기 이후 군수·보건소장 면담, 도의원(진병영) 도비 유치 추진, 국민 제안, 보건복지부 신문고 민원 제기, 국회의원(강석진) 도움 요청 등 전방위적으로 뛰어왔으나 좌절만을 겪어왔다. 또 지난해 9월초 통영에서 내과를 운영 중인 병원장이 함양에 1000평가량의 토지를 임대 등의 형식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1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설립해(인공신장실을) 운영하겠다는 의향을 밝혀왔으나 당시 보건소 측에선 “타 부서의 검토 등 협력이 필요해 즉답할 수 없다”며 발을 뺐다.

이날 면담에서 한 환자는 그동안 군이 소극적으로 일관한 태도를 지적하며 “오랜 민원에도 전임군수는 결국 ‘5억원이 들어 어렵다’ 하고 보건소장도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춘수 군수는 “환자들의 고역을 잘 안다”며 배석한 강기순 보건소장에게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물었다. 강 소장은 “전문의와 시설장비가 필요하고 관내 시설 갖춘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며 “행정에선 어렵고, 민간에서 만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성심병원이(건물) 신축하면 그 자리에 (인공신장실 운영을) 하려는 의향이 있어 행정에서 지원이 가능한지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환자들은 “성심병원 들먹인 게 벌써 몇 년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보건소에서 인공신장실을 운영하는 방안은 어떠냐”는 질문에 강 소장은 “정부에서 ‘보건소는 1차 진료범위를 벗어나지 말라’고 한다. 160여개 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정부프로그램이 있지만 보건소에서 다 감당하기 어렵다. 간호사도 몇 년의 수련이 필요하고 전문수련의도 필요하고…. 성심병원에서 한다고 하니 거기가 나을 거 같다”며 민간병원에 기대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서 군수는 “일단 성심병원장을 만나보고, 합천 등 타 지자체의 사례도 파악해보고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면담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어려운 현실만 들먹이며 민간에만 미룰 게 아니라 그걸 극복한 다른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 사례도 보고, 되는 방법을 알아보는 게 행정 아닌가”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일단은 서춘수 군수의 적극적인 추진의지에 기대해보겠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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