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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가을의 저편에는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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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3  18: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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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가을의 저편에는

아침, 저녁의 공기가 서늘해졌다. 지난주 18일에는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했다. 별스럽게도 유난을 떨던 여름도 속절없이 물러갔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 없는 이치일 것이다.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목이 타던 가뭄도 이겨내고 폭풍우도 견뎌낸 인고의 결실이다.

오곡백과도 옹골차게 여물었다. 김장배추도 제몫을 하느라고 풋풋한 풋내를 품어내며 속잎을 채우고 있다. 애지중지한 정성과 땀방울을 먹고 자란 소중한 것들이다. 씨 뿌리고 가꾼 자는 믿음이었고 튼실하게 자라서 영그는 것은 자연의 섭리가 주는 보답이다. 서로가 믿음으로 말없이 타협한 소중한 결과물이다. 찬이슬이 내리자 메뚜기도 마음이 급하다. 풀벌레도 밤잠을 자지 않고 참빗 긁는 소리를 내며 서로를 챙긴다. 다람쥐도 볼이 미어져라 도토리를 물어 나른다. 겨울이 머지않다는 것을 미물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바지런을 떠는 것은 탐욕이 아니다. 쌓아놓고 두고두고 먹으며 언제까지 편히 살자는 것이 아니다. 남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바동대는 것도 아니다. 축재를 위한 집착이 아니고 삶에 대한 애착이다. 새봄이 올 때까지 겨울나기를 위하여 내 몫만을 갖자는 것이다. 바라는 봄은 어김없이 제때에 온다는 것을 그들은 믿고 있다. 새로운 반복을 거듭하면서 열심히 살아 갈 뿐, 탐욕에 빠져 허우적대다 좌절하지도 않고, 누리지 못해 안달하다가 포기하는 일도 없다. 그들은 작은 만족으로도 행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사회는 그러하지 못하다. 무한한 축적만을 추구할 뿐이다. 경합이나 경쟁이 아니라 쟁취를 위한 다툼이다. 쟁탈전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상대를 쓰러뜨리려고 수단과 방법에 전력을 다한다. 그러면서 언제나 쉬운 상대부터 고른다. 그가 약자이다. 영세상인들이고 자영업자들이다. 골목 상권이 피폐화되고 있다. 상가가 문을 닫는다. 약자들의 아우성이 애끓게 한다. 경제사정이 나빠져서만은 아니다. 독점 독식을 하겠다는 거상들의 폭거다. 축재의 끝은 어디인가. 제도의 영역이나 규제에서부터 물질만능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싹쓸이를 하여 약자의 목줄을 쥐고 쥐락펴락하며 무한한 군림을 하려는 것일까. 이것은 분명 적자생존의 순리가 아니라 약자도륙이다.

숟가락 젓가락이 중고시장에서 넘쳐난다. 밥그릇 국그릇은 물론이고 대형 밥솥도 줄을 섰다. 폐업하는 식당에서 연일 솟아져 나온다는 방송이 나왔다. 다람쥐는 겨울을 나려고 성실하게 바지런을 떨지만 기회만 엿보는 맹금류의 발톱아래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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