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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깨끗함에 대하여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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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5  18: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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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깨끗함에 대하여

“깨끗한 게 좋아요 더러운 게 좋아요?”, ”깔끔한 게 좋아요 지저분한 게 좋아요?”

유치원생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다. 나는 지금 우리 한국 사회의 모든 ‘시민’들에게 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백할 것이다. 누구든 전자에 동그라미를 칠 것이고 그리고 그게 정답임을 안다. 그러나!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제대로 알고 있다면 본인의 행동이 거기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시민들은 과연 정말로 깨끗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고 있을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나는 집이 가까운 관계로 아침마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자전거로 한 바퀴 돈다. 그런데 특히 월요일 아침, 나는 언제나 거의 경악을 하게 된다. 매주 예외가 없다. 그 드넓은 한강공원 잔디밭 전체가 온통 쓰레기 밭이 되어 있다. 간밤의 휴식이 남긴 흔적인 것이다. 그 엄청난 양이란! 신문이나 방송에도 곧잘 보도가 되지만 하루 동안 트럭 몇 대 분의 쓰레기가 그렇게 잔디 위에 아무렇게나 함부로 버려진다고 한다. 어디 여의도 한강공원 뿐이겠는가. 전국이 다 그렇고 심지어 바닷속까지도 완전 쓰레기 천지라고 한다. 이른바 미세먼지도 어떻게 보면 그런 쓰레기의 일종이다. 땅, 물, 하늘 가릴 것 없이 어디나 다 쓰레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식의 더러움과 지저분함은 명백히 문제다. 우리는 이런 것을 문제로서 제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연이지만, 나는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일본, 독일, 미국에 각각 1년 이상 살아본 경험이 있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일본의 경우, 그 첫인상이 ‘깨끗함’이었다. 그건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다. 그건 독일도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공원 등 공공장소의 청결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독일에 살고 있을 때 이웃 스위스로 기차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우연히 옆자리에 포르투갈에서 온 한 여성이 앉게 되었다.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의 말이,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너무 깨끗해서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과연 선진국이구나 싶었죠. 근데 지금 스위스도 처음 와보는데 여기 독일보다 한 차원 더 깨끗하네요. 너무 좋네요” 그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그 깨끗함이 나도 너무 좋았다.

이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생각의 차이, 의식의 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위기의 차이다. 사회적 의식, 사회적 분위기다. 깨끗함은 좋은 것이고 좋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이 선진사회에서는 하나의 기본가치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바탕엔 공공성이라는 또 하나의 가치가 깔려 있다. 모두의 선이 진정한 선인 것이다. 반면 우리사회에서는 모두의 선이 아닌 ‘나의 선’이 우선시된다. 그래서 나의 편함을 위해 모두의 깨끗함이 너무나도 쉽게 무시되고 망각되고 버려지는 것이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그 ‘나만주의’, 그 결과가 저 한강공원의 쓰레기들인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미 한참 옛날이야기인 ‘공리주의’를 우리는 지금이라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버마스철학의 핵심축인 합리성과 공공성도 우리사회에 정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번거롭고 귀찮은 철학 따위에 관심 없다고 한다면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질적인 후진성과 천박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주말이 지날 때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 더미를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볼 수밖에 없다.

내가 먹은 쓰레기를 공원잔디밭에다 버리지 말자. 선진국은 거기서 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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