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솥은 고대국가에서 도읍지의 상징
칼럼-솥은 고대국가에서 도읍지의 상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0.29 18:4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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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솥은 고대국가에서 도읍지의 상징


2005년 11월경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간 민주당 지도부가 ‘밥솥 농담’을 해서 즐겁게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내용인즉 이승만이 마련한 솥에 박정희가 밥을 했고, 전두환이 그 밥을 먹었다. 노태우는 누룽지까지 긁어 먹었고, 김영삼이 IMF로 밥솥을 잃어버렸다. 김대중이 새로 장만한 전기밥솥에 노무현이 코드를 꽂았는데, 코드가 안 맞아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농담 삼아 역대 대통령의 치적이나 그 상황을 밥솥에 비유해 본 것이지만, 고대 사회에서부터 솥은 국가를 상징하였으니, 한 나라를 대표하는 그 정점을 대통령이라고 볼 때, 여러 가지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동양사회에서 역사적으로 솥이 상징하는 바를 구분해 보면 첫째 솥은 한 나라의 왕권이나 국위를 상징하였고, 둘째 백성들의 살림살이나 그들의 생업이나 일터를 나타냈으며, 셋째 국가사회의 안정과 협력을 나타냈다는 점이며, 넷째 ‘정족(鼎足)’이라는 말이 나라의 도읍지를 뜻하였다는 점이다. 옛날 중국 하(夏)나라 우왕(禹王)은 천하 9주(州)의 쇠를 거둬들여 9개의 솥을 주조하고, 이것을 제후국에 나누어줌으로써 이 솥이 제위(帝位) 전승의 보기(寶器)가 되었다. 이것은 제정일치시대에 신과 조상에 대한 제사가 가장 중요시되었고, 이때 신의 가호를 받기 위하여 희생의 제물을 삶는 솥이 그만큼 중요하였던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북경 자금성의 궁궐이나, 경복궁 근정전 좌우에 있는 솥도 역시 솥=왕권=국위의 상징과 함께, 이 신성한 솥에서 만든 음식으로 천하의 어진 이를 향응하고, 훌륭한 인재를 불러들여 어진 정치를 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할 때 맨 먼저 부뚜막에 솥부터 거는 관습은 솥이 곧 살림살이의 시작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2004년도에 음식점을 하는 업체들이 서울 여의도광장에 솥을 쌓아놓고 정부정책에 거세게 항의한 적이 있었다. 솥을 내다버리는 것은 영세업자들이 살림살이를 꾸려 나갈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이거나, 생활의 포기를 뜻하는 것으로서 솥은 단순한 살림도구가 아니라 생업의 기본이 되는 일터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직장이나 가족적 결속이나 단합, 공동체의 유대관계를 말할 때 ‘한 솥 밥을 먹는다.’고 한다.

의령에는 읍에서 함안으로 건너가는 남강을 횡단하는 정암교라는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 밑에 강 가운데 우뚝 솥은 바위가 있다. 이 바위 이름이 ‘솥바위’이다. 옛날 다리가 없을 때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녔는데 어느 날 배를 타고 건너든 어느 도사가 ‘솥바위’밑에 발처럼 다리 모양이 세 개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200년이 지나면 ‘솥바위’ 다리가 가리키는 방향 세 곳에서 20리 안에 나라를 구할 큰 부자가 나올 것이다”라고 예언을 했는데 의령에서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함안에서는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지수에서는 LG그룹 창업주 구인회가 나왔다. 그래서 이 ‘솥바위’는 우리나라 최대의 ‘솥바위’가 되었고, 가장 많은 ‘한 솥밥 먹는 사람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솥은 3개의 발이 달린 것을 ‘정(鼎)’이라 하고, 발이 없는 솥을 ‘부(釜)’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솥의 세 발은 왕 밑에 삼공(三公)이라 하여 세 정승이 왕을 보필하여 천하가 안정되는 것을 의미하였다. 특히 오늘날의 ‘삼권분립’이론역시 입법, 사법, 행정의 3개 기능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며 안정케 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솥은 고대국가에서 하늘에 제사 드리는 제기(祭器)이자 신권(神權)을 상징하는 신기(神器)요, 왕권을 나타내는 보기(寶器)였다. ‘정족(鼎足)’이라는 말이 한 나라의 수도 곧 도읍지를 뜻하는 것은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에서 여러 가지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우리나라 한반도를 솥의 개념에서 재해석 한다면 서울이 중심축이 되어야 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남쪽의 중심도시가 되고, 평양이 통일이후 북쪽의 중심도시가 되어 새로운 ‘삼경(三京)’체제를 갖추어 솥발(鼎足)의 형국을 이루면서 정치의 안정과 협력,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새로운 한반도 번영의 시대를 맞이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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