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아내의 자격’이란 드라마 인기가 대단하다. 이웃집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가정주부의 애절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있다. 아들의 병 때문에 도시 외곽의 자유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던 주부(서래)는 남편(상진)과 시댁의 강요로 강남의 치열한 교육전쟁터로 몰리게 된다. 이 와중에 서래는 그만 이웃에 사는 치과의사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드라마는 불륜에 빠져가는 과정의 스릴과 짜릿함에 집중하는 불륜 드라마와는 달리 불륜을 들켜버린 이후의 아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아내로서의 자격에 대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위주의 강남의 치열한 학원교육 풍토에서 뒤처지는 아들의 학업부진은 고스란히 아내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더군다나 아들의 명문학교 진학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소문난 학원의 원장님 남편과 바람이 났으니 아들의 장래를 망쳐도 보통 망쳐 놓은 것이 아니다. 아내로서의 자격을 잃어버린 서래는 남편과 시댁으로부터 매를 많이 맞고 쫓겨난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도 묘사하고 있지만 ‘누가 과연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서래의 시매부(현태)는 교활함 속에 더욱 추잡하고 타락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외에도 자녀교육이라는 절대과제 아래 묵인되고 감추어진 인간성과 도덕성의 타락을 주변 인물들을 통하여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 중 이 남자, 서래의 남편(상진), 극 중 가장 피해자, 한때 나도 같은 남자로서 또한 남편의 입장에서 상진의 울분에 공감하면서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겨져 아내에게 더 크게 복수해주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의 울분은 유치하고 치졸하게 느껴졌다. 왜일까. 아내는 자격유무를 심판받을 대상 이전에 사랑의 대상 아닌가,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닌가. 물론 바람피운 여인을 두둔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아내의 자격을 논하기 전에 사랑의 대상이어야 할 아내를 온전히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 아내를 사랑하여야 할 남편의 의무를 다했는지 남편의 자격을 묻고 싶다.
바람난 아내 때문에 이리저리 방방 뛰며 난리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같은 남자로서 동질감보다는 유치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미 죽어버린 사랑 앞에서 쓸데 없는 자격론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죽어버린 사랑 앞에서 남편의 고함은 아내의 불륜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고함을 멈추고 남편으로서의 자격을 돌아보아야 한다. 남편으로서 역할을 온전히 하였는가, 사랑의 대상인 아내를 온전히 사랑하였는가, 아내에게 자녀교육의 책임과 정결의 책임을 묻기 전에 먼저 남편으로서 온전한 아내 사랑의 책임을 다하였는가.
한번 깨진 부부의 그릇은 다시 붙일 수 없을 것 같다. 아내의 자격을 탓하기 전에 남편의 역할을 올바로 하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