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진주가 참좋다
진주성-진주가 참좋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05 18:27
  • 1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진주가 참좋다


대학 졸업과 동시 서울시청 근처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청운의 꿈을 세기며 서울에서 반듯이 출세하겠노라고 다짐하며 서울 생활을 했지만, IMF때 은행 대출 상환을 하지 못해 고향 진주로 발령을 신청했다.

진주로 향할 때 서러움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린 지 그렇게 20년 가까이 되었다.

만약, 이제 다시 누군가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면 안 간다.

진주가 고향이라서가 좋은 게 아니라 진주는 모든 것이 풍성하고 여유롭다.

어제 진주 인근에서 점심을 먹은 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별주부전 전설로 알려진 비토섬에서 각굴을 한가득 사왔다.

생굴이 제 맛이지만 굴을 구워 먹기도 하고 큰 냄비에 물을 넣지 않고 그대로 찌면 아주 간단하고 훌륭한 와인 안주가 된다.

굴 안주에 술이라면 단연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샤블리(Chablis) 와인이다.

샤블리 지역은 샴페인 와인을 만들에 내는 프랑스 가장 북쪽 샹파뉴(Champagne) 지역과 인접해 있다.

화이트 와인 샤르도네 (Chardonnay) 품종으로 만들어 내지만 샤블리 와인은 신맛과 향이 강하고 부싯돌 같은 미네랄의 향이 입안 오래도록 남는다.

통통하고 쫄깃한 굴을 한 입에 넣으면 짭조름한 바다 향에 상큼하고 감미로운 샤블리 와인 맛이 더해지면 천사와 키스라도 한 듯 행복함과 황홀감에 빠지게 된다.

찬바람이 불면 진주를 대표하는 단맛이 좋고 신맛이 덜한 장위품종의 딸기가 나오고, 그 뒤 단맛과 식감, 향이 뛰어난 국산품종인 설향, 매향품종 딸기를 먹을 수 있다.

진주를 중심으로 산, 바다, 강이 가까이 있고, 제철 과일과 음식이 마음껏 있으니 천천히 나서서 즐기기만 해도 된다.

서울에서는 지하철과 아스팔트 위를 걷지만 진주에서는 낙엽과 함께하고 갈대를 옆에 두고 자연과 함께 걷는다.

대문 밖을 나서면 넓은 진주의 앞마당이고 문을 열면 그곳에 진주의 하늘이다.

돈이 많다면야 편안한 차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겠지만, 마음이 여유가 있다면 목적지까지 느리게 가지만 따뜻하게 갈 수 있다.

따뜻하고 평온한 즐김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지금 가을에는 그저 대문 밖을 나설 힘과 마음만 있다면 그곳이 천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