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돌과 일곱 가지 사회악
종이돌과 일곱 가지 사회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1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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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숙/시인
사람들의 시력은 사람들 수대로 간다. 마이너스도 있고 1.0도 있고 2.0도 있고, 근시 원시 난시는 물론 고도근시 고도원시 고도난시도 있다. 이는 한 가족이라고 해도 잘 모르고  본인만이 안다. 안과전문의 앞에 서기 전에 이미 자기 몸이 여러 경로로 불편하다는 신호를 통해 그 말을 스스로에게 해준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안경을 처방 받기도 하고 안과적인 치료를 선택하기도 한다.

역사를 보는 눈 역시 그 사람의 수준대로인 것 같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찍을 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백지수표와 같은 투표용지를 길바닥에 나뒹구는 십 원짜리 동전으로 치부한다. 이렇게 투표권을 포기해버리는 마이너스의 시력을 가진 사람들이 45.7%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앞 세대 어른들은 글자를 잘 모르고 숫자를 잘 몰라도 투표 하는 날이 되면 밥을 굶고라도 으레 투표장으로 갔다. 이 분들은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20대 30대들로 대변되는 신세대들은 어떤가. 연간 1000만 원대의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교육을 받은 고학력들이다. 그러나 자칭 연애와 결혼과 자식을 포기한 ‘3포 세대’라고 자조하면서 투표를 안 하려든다. 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현상이다.

쉐보르스키는 투표용지를 유권자가 정치권에 던지는 종이돌(paper stone)이라고 했다. 나는 이를 종이돌이라는 표현보다도 소리 안 나게 쏠 수 있는 총알이라고 부르고 싶다. 유권자 한사람의 힘은 별게 아닌 것처럼 보여도 연대와 집중이 되면 상대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과 박원순, 서울시립대와 반값등록금은 그 좋은 예다.

나더러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건 하나만 들고 그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않고 동학농민운동을 들겠다. 1894년 고부에서 전봉준을 중심으로 한 동학농민군이 조병갑의 폭정에 맞서 일어섰을 때 만약 그 운동이 성공을 했었더라면 우리 근현대 역사가 어떻게 되었을까.

동학농민운동 발발과 을사보호조약 체결 사이는 딱 10년이다. 당시 농민들이 학정에 못 이겨 들고 있어났을 때 조정에서 이를 동학반란군으로 규정하고 외세까지 동원해 진압하려들기 전에 그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서 미래지향적인 대책을 세웠더라면? 아마 을사오적과 이들이 주도한 을사조약과 한입합방이란 저 사생아는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농촌과 농민상황은 어떤가. 그때와 별로 다른 게 없어 보인다. 아무리 ‘천부농만부촌’을 부르짖어도 이는 한미FTA 앞에는 나뭇잎배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2011년 결산결과를 보면 우리 나랏빚이 420조 7000억 원이다.

이는 국민 1인당 845만 원이다. 지난해 재정(관리대상수치)만 13조5000억 원이 적자다. 그러니 3월중 시중은행 전세금담보대출이 841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53% 증가 했다.

그러나 이것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별 문제 될 게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총선유세 때 “새누리당이 제1당이 되면 100일 안으로 국민들이 집값, 교육비, 의료비 걱정 않는 법안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이 말을 믿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국민들은 또 이들에게 숨은 표를 몰아주었다. 두고 볼 일이다. 오늘 이 결과가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국회의 어떤 모습을 연출 할 것이며 어떤 법안들로 나올 것인가!  

지난 4년 동안 MB정부는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 사법부도 은폐정부라고 할 정도로 숱한 일을 숨기는데 급급했다. 4대강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총리실 불법사찰과 박희태 의장 돈봉투 사건이 그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수원 20대 여성피살사건이 그렇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런 우리를 향해 경고한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인, 인간성 없는 과학, 헌신 없는 종교 이 일곱 가지는 사회악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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