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네 역할에 충실해라
도민칼럼-네 역할에 충실해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14 18:4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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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네 역할에 충실해라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면 가벼워질 것 같은 일의 부담과 무게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무겁고 크다. 정신없이 바빠서 월요일인가 하면 금세 금요일이 되어 버리기 일쑤이다. 가끔씩은 내가 잘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되물을 때도 있다. 그러다 최근 방송에서 우연히 어느 외과의사의 직장생활 모습과 계속 요청 중이지만 제도적으로 아직은 해결되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조용하고 담담하지만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직장에서 청진기를 목에 건채로 흰 가운을 입고 복도를 걸어가는 일보다 흔들리는 헬기를 밤낮없이 타고 가끔 부상을 입기도 하는 일이 더 많았다. 요청 중인 이야기란 우리나라에 선진국형 치료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부단히 투쟁하고 거듭 요구하는 그의 도전이었다. 또한 현재 일하고 있는 센터가 영구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 되는 이유는 나의 직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그 외에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되는 많은 이유를 ‘나의 직장’이라는 짧은 말에 함축적으로 표현하였지만 왠지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의’와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하여 읽어보았고, ‘행복을 찾아서’ 등등의 책도 읽어보면서 우리가 살면서 생활 속에서 적용시켜야 할 ‘정의와 행복’에 대해 고민해보았었다. 특히, 정의는 아무래도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었고 다양한 입장차이가 존재하면서 너무 광범위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 사이에 괘리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의사가 말하는 ‘정의’는 단순명료하였다. 개인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Do you job)'이며 정의는 그것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였다. 간혹 고집스럽다는 생각이 들만큼 중증환자를 위한 선진국형 제도를 도입해야 된다고 단호하게 요구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어디에서 저런 당당함과 투철함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직업의식과 흔들리지 않는 중심, 내 역할을 똑바로 해내려는 뜨거운 책임감이 밑받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Just do it(일단 해봐) 혹은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단순하고 일회적이며 자기 우선적인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최근 경향을 볼 때 Do your job(네 역할에 충실해라)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삶의 기본이라 말할 수 있다.

하루에 수십 건의 뉴스들이 쏟아지고 그 중 대부분은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많지만, 간혹 들려오는 몇 가지 이야기들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고 안정적으로 만들며 세상이 그래도 저런 사람들 덕분에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의’가 바로 이런 것이라면 주변에서 많은 정의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누구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수요에 대해서 정치적 이념을 떠나 신속하게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정의 실현’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어쩌면 ‘정의’는 ‘인본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인간생명의 귀중함이 우선될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직에 있는 우리도 다른 측면에서 사람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았으니 내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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