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쉬는 시간
진주성-쉬는 시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19 18:21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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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쉬는 시간


가게 앞 성인 두 사람이 감아도 손이 닿지 않은 30년 넘은 히말라야시다나무가 두 그루가 고사했다.

봄부터 새잎이 나지 않아 원인이 주차장 공사하면서 메운 시멘트 때문일까 생각했는데 작년 가을에 너무 많은 가지를 자른 게 문제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덩치 큰 시다나무를 잘라 윗가지는 조형물로 세워놓고 밑의 큰 둥지는 겨울 화목난로 땔감으로 만들기로 했다.

작은 평수의 매장이나 대형 매장이나 크기와는 상관없이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청소부터 설거지까지 눈떠서 잠들 때까지 산더미 같은 일들이다.

끊임없이 일만하다보면 빨리 지치기도 하고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반듯이 쉬어야 한다.

일을 많이 한다고 빨리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성능 좋은 스위스제 엔진톱으로 덩치 큰 나무 한그루 자르다보면 나중에는 잘리지 않는다.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을 때는 쉬어야 한다.

쉬는 시간이 아깝다고 계속하다보면 기계 성능에도 무리가 가고 사람도 일 하기가 싫어진다.

나무를 자르는 것만 일이 아니다.

나무를 자르기 위해 톱날을 가는 일도 일이다.

칼을 가는 일도 일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일이다.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무딘 날로 나무를 자르고 현명한 이는 쉬는 시간에 날을 간다.

휴식시간은 일의 낭비가 아닌 충전시간이다.

제대로 놀 줄 모르는 사람은 일할 줄도 모른다.

밥값보다 비싸다는 커피 한 잔이 마치 사치일 것 같지만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밥 먹을 때 개도 안 때린다’라고 했다.

이제는 차 한 잔 마시는 휴식 시간에는 더 맛있는 차를 제공하자.

약간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을 들고 시다나무 장작더미 앞에서 앉으니 시다나무향이 커피향보다 더 감미롭게 풍겨오니

올 겨울에는 달달한 시다나무향으로 더 따뜻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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