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ains, no gains?
No pains, no gains?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1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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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석/한국국제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
‘P’대학에 임용 된지 얼마 되지 않아 학과 보직을 맡게 되었을 때였다. 평소에 나를 많이 아껴주시던 ‘J’처장님께서 부르시더니 에릭 에이브럼슨의 ‘고통 없는 변화(Change Without Pain)’라는 책을 조심스럽게 내미셨다. “성장과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급진적이고 무자비한 창조적 파괴보다는 조직 내부로부터 시작되는 조용하고 자발적인 변화를 통해서도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서 내 머릿속의 No Pains, No Gains(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내용이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젊은 교수가 맞닥뜨릴 여러 일들을 고통 없이 현명하게 헤쳐 나가길 바라셨던 것 같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정부의 요구에 대학은 적지 않은 ‘열’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의 국립대학이 국책사업 및 국고지원금 등을 ‘총장 직선제 폐지’와 맞바꾸었고 지방 사립대는 ‘하위 15% 대학’의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재학생 충원과 취업률 향상에 목숨을 걸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보고에 따르면 전문대학은 2024년 이후 충원률의 절반도 못 채운다고 하니 벌써부터 정원확보가 걱정이고 대학들은 매일 같이 한증막에 앉아 한숨 쉬며 땀 흘리는 기분일 것이다. 많은 대학들이 장학금을 늘린 탓에 인건비 감축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근무 의욕의 상실과 구성원들의 갈등이 예상되며 학생들은 실습비와 복지가 턱없이 줄어 불만이 가득하다. 우리의 캠퍼스가 고장난 원전처럼 붉게 달아올라 ‘펑’하고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식으로 대학이 하나둘 사라져 가는구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모든 불만을 뒤로하고 생각해 보면 변화가 고통스러운 대학은 미래를 준비하지 않았거나 변화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코닥과 폴라로이드의 ‘15년 전쟁’에서 폴라로이드는 결국 손해배상을 받게 되지만 소송 과정 중에 즉석카메라 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드는 바람에 파산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교훈삼아 기업들은 서로 간의 갈등을 피하기도 하고 항상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려고도 한다.

대학에서는 변화의 중심이 학과라고 생각하는데 몇몇 학과들은 변화에 맞서 요지부동하면서 ‘죄’없는 학과를 멍들게 하고 몹시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몸을 예로 들면, 허리뼈는 분절마다 움직이는 양이 있는데 어느 분절의 움직임이 제한되거나 없어지면 다른 분절에서의 움직임이 정상 이상으로 많아지면서 손상이 오고 통증이 유발된다. 치료방법은 움직임이 과도한 분절은 쉬게 하거나 고정하고 움직이지 않는 관절을 강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인데, 가볍고 부드러운 가동운동(mobilization)이 효과가 없을 경우 강한 힘으로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교정운동(manipulation) 방법을 쓴다. 후자의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지만 약간의 손상과 아픔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일부 대학은 이미 국가로부터 가동운동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각 학과가 각자의 소임을 다하고 변화를 주도할 때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고 학교가 아프지 않을 것이며 국가로부터 교정운동 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학 간의 경쟁이 치열한 요즘 시대에는 취업, 해외교류, 인턴십, 동문회, 산학연 등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확보하여 학생들을 만족시키면서 끊임없이 업데이트시켜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값이면 좀 더 맛있는 음식점을 찾고 품질이 좋은 옷을 고르는 것처럼 같은 수업료면 좋은 학과 좋은 대학을 찾기 마련이다. 정부의 정책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피할 수 없는 변화는 받아들이고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누구나 타인에 의한 고통스런 변화를 원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내 탓이다’는 말을 교훈삼아 서로 단결하고 화합하여 고통 없는 대학의 변화를 하루 빨리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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