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밥부터 먹자
일어나서 밥부터 먹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1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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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취직 안 된다고 투덜거리다 해가 지붕 위에 솟을 때까지 자고 있는 청년들을 보면 이불 확 걷어 제치고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고 싶다. 일단 일어나 하고 귓구멍이 뚫어지라고 호통을 치고 싶다. 그래도안 일어나면 창문 열어 제치고 정월 초하루 꽁꽁 얼어붙은 계곡물 한 바가지 퍼다가 등짝에 끼얹고 싶다. 


취직하려면 발바닥에 땀나도록 다녀도 시원찮을 판에 끼리끼리 모여 뒷담화나 하다 주는 밥도 못 먹고 끼니 거르고 자는 꼴이라니. 하늘이 무너져도 밥은 먹어야 힘을 쓸 것 아닌가. 사람은 밥심(밥힘)으로 사는데 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뭐 그리 고민이 많다고 밥을 굶어. 오늘 못 찾아먹은 밥은 영원히 찾아 먹을 수 없다. 아침에 아침 먹고 점심에 점심 먹어야 한다. 먹을거리가 없으면 모를까.

내가 알고 있는 Y군도 이렇게 산다. 어디 취업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국내도 좋고 외국도 좋단다. 학점은 그리 좋지 않단다. 일본 거쳐 캐나다 필리핀까지 어학연수 다녀왔단다. 영어를 잘하는 것 같지는않은데. 먼데까지 돌아오자면 돈 꽤나 들었을 텐데 누구 돈이던 좋은 경험했을 테니 부럽다. 취업 준비는 하냐고 물으니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단다. 뭐 그리 신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대답이 오뉴월 엿가락 같이 늘어지고 우거지탕 시래기처럼 맥이 빠졌다.

전공이 컴퓨터 공학인데 프로그래밍 쪽으로 취업하고 싶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래도 대견스러운 구석은 있다. 요즘 프로그래밍이 3D 업종이라고 다들 꺼리는데 한번 도전 해보겠다는 의지가 남아있다. 기특하다. 가버린 줄 알았는데 전조등 번뜩이며 달려오는 막차처럼 반갑다.

그럼 무슨 준비를 하냐고 물으니 취업 사이트 검색하고 취업자들 사례 분석하고 이것  저것 준비한단다. 그럼 이력서는 내봤냐고 물으니 별로 라고 대답한다. 그럼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해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어냐고 물으니 학원 수업 듣고 시간이 없어서 직접 실습은 못하고 있단다. 나중에 한단다. 어느 세월에 할지 참. 밤늦게까 고민하다 일어나면 새참 때란다. 

참 한심하다.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나. 궁리만 하다 세월 다 보낼 것인가. 버나드쇼가 말하길 “우물주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라 밥 한 숟갈 크게 떠서 입안에 밀어 넣어라. 마땅한 반찬 없으면 눈 감고 꿀꺽 삼켜라. 배고파서 먹기도 하지만 살기 위해서도 먹어야한다. 일하기 위해서도 먹어야 한다. 

안 된다고만 말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 어느 시대 입에 맞는 일자리가 청년에게 주어진 적 있는가. 저마다 제 병이 제일 아프다. 이렇게 힘든 시대는 없다고 말하지말자.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들도 같은 시대를 사는 동지들이다. 한 배를 탄 공동체다. 그들도 지치고 눈물난다. 힘들기는 매 한가지다. 아이들처럼 징징 대지 말자. Y군 어물거리다 보면 마흔이다.
 

 
그리고 한번 물어보자 “해 보기나 했어” 정주영 회장의 말이다. 이제 해봐야 할 때가 왔다. 말로는 못할 게 뭐 있는가. 하지만 말만 해서 될 건 별로 없다. 밥 한 그릇 배불리 먹고 해 보자. 뒷담화 집어치고 해보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부터 먹고 움직여 보자. 

못난 선배들이 일자리는 물려주지 못하고 밥 만 남겨주었으니 어쩌랴. 꿈은 다 쓰 버리고 좌절만 남겨 주었으니 어쩌랴. 그래도 선배들은 밥을 물려주지 않았느냐? 이렇게 위안을 삼자. 두 눈 크게 뜨고 희망을 찾아보자. 천지가 열린 날부터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어느 욕심 많은 세대도  희망을 독차지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 오늘은 푹 자고 내 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 세수하고 눈 크게 뜨고 밥 먹자. 희망은 있다. 희망은 아무리 쓰도 남아있는 화수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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