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박항서, 희망공장!
아침을 열며-박항서, 희망공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2.18 18:56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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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박항서, 희망공장!


지난 주말부터 지금까지 박항서 감독을 생각하며 행복하다. 아마 오래오래 행복할 것 같다. 그의 성공 신화도 그렇지만 소탈하고 소박한 그의 모습이 더 감동이다. 베트남 사람은 말대로 축제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에게 환호하고 보고 싶어 하는 까닭은 조금 다를 것이다. 그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희망'이다. 혹여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 박항서에게서 인생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찾고 싶은 거다. 흔히 우리는 희망이 없으면 죽은 인생이라고 말하곤 한. 희망 없인 행복도 오래 잡아둘 수 없다. 행복과 희망은 찰떡궁합의 짝꿍이다.

박항서를 얘기하면 십중팔구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버지 중에서도 자상한 아버지라고 모든 언론이 입을 모은다. 선수들의 가족까지도 꼼꼼하게 챙긴다고 한다. 그러니 서로간의 신뢰가 쌓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2002올림픽 때 그가 코치였던 일이 기억난다. 그는 선수들이 앉아 있는 벤치에서 매순간 아래로만 몸을 움직였다. 축구는 발로 하는 것이고 선수들의 발을 챙겨야했기 때문이었다. 발은 이상이 없는지 욱신거리진 않는지 만약 그렇다면 응급조치를 하고 발마사지를 한다.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질 않고 선수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남의 나라에 가서는 더욱 헌신적이었을 것이다. 가능한 빠른 시일에 우승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 더 무거운 탓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과 진심어린 자상함이 함께 해야 할 것이었다. 스즈키컵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정말이지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선수들이 긴장하면 마음을 풀어주었다. 또한 너무 기쁨에 취하면 진정하라고 달래주었다. 마음속으로는 간절하게 신의 도움을 간청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 고비 한 고비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야말로 ‘신과 함께’ 하지 않으면 몸이 으스러져 어디론가 사라졌을 것이다.

드디어 경기가 끝나고 승리가 현실로 된 때에도 그는 아버지 스타일이 돋보였다.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고" 베트남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큰 아버지답게 나라를 걱정했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 스타일이 가장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마음이 진정하면 이토록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내내 그는 웃는 표정이었다. 치열하게 승부를 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아름답고 여유 있는 미소였다. “최근 두 달 동안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하며 여지없이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로 돌렸다.

또 하나의 박항서 매직의 요인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말한다. 특정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가 직접 가르치는 걸 말한다. 그런 대가들의 지도는 정확하고 구체적이다. 그리고 확신에 차있다. 박항서 감독이 그랬다. 그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지도하는 데 코치에게 맡기지 않고 가능한 직접 챙겼다고 한다. 게다가 진정스런 아버지의 마음을 마스터 클래스에 더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참으로 위대한 금상첨화다. 실제로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하지 않고는 짧다면 짧은 1년 남짓한 시간에 고만고만한 팀을 최정상에 올리기는 힘들다. 아, 그 열정이라니!

우리가 박항서를 통해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싶다는 마음 바닥에는 그 희망을 실현시켜나가는 방법을 또한 배우고 싶은 것이다. 희망은 어쩌면 절망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어떤 장애에 부딪쳤을 때 우리는 절망하게 된다. 그 장애가 크면 클수록 절망도 크다. 그러나 일단 이 따위 장애쯤이야 돌파해서 이겨낼 수 있다고 희망을 갖는 순간 방법이 얼굴을 내밀게 된다.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일이 더욱 기세를 더한다. 반면 돌파할 수 있다고 희망을 갖고 보면 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연말연시도 다가오는데 박항서 희망공장의 힘을 빌려 행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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