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불수능’과 교육의 미래
도민칼럼-‘불수능’과 교육의 미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2.18 18:56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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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경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김겸섭/경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불수능’과 교육의 미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대학들은 본격적인 학생선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여서 다양한 입시 전형을 치르고 있다.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열린 학생부 종합전형 당시 ‘지옥 같은’ 시험을 갓 치르고 면접장에 들어서는 고3들의 얼굴에서 지난 1년간의 고단함을 읽을 수 있었다. 국민 과반 이상의 생각처럼 나 역시 지금의 입시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보는 편이지만 끝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 아이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무려 한 달이 지난 수능시험을 두고 이러저러한 말들이 끊이지를 않는다. 시험의 악몽을 떨치고 싶은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논란은 수능국어영역의 11번, 31번, 42번에서 비롯되었다. 이들 문제들이 국어와 상관없거나 고등학생 수준에서 너무 어려운 지문을 담고 있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어영역의 예상 등급컷이 급전직하(急轉直下)로 떨어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교사와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치더니 ‘수능무용론’까지 제기되었다. 급기야 ‘교양예능’을 포방한 <알쓸신잡>에서까지 국어 31번 문제를 국어가 아닌 물리문제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언론과 미디어에서 계속된 비판으로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수차례 유감을 표해야했다.

나 역시 올해 국어영역 문제들이 우리 학생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운 문제들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편이다. 잘 나간다는 서울 대치동이나 대구 범어동 학원가에서 몇 년의 수련 기간을 거친 학생들에게도 난해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드라마 에 나오는 상층계급의 아이들이라면 모를까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2019년에 대도시의 학원들은 유사한 유형의 문제들에 대비하고자 국어와 논술 과목에서 ‘예견된’ 특수를 맞이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자. 과연 2018년 수능국어의 문제들이 ‘출제불가’한 것들이었을까? 그런데 수능국어가 학력고사나 내신시험처럼 국어라는 특정 과목의 학습 수준이 아니라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서 전공서적은 물론이고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읽고 소화해야 한다. 독서와 이해하는 능력이야말로 대학 수학 능력의 기본이다. 읽고 이해하며 정리하고 응용하는 학습의 과정은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교육관행과 시험 패턴이 상상과 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었을까 반성해볼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런 유형의 문제들을 출제한 이들의 진심을 이해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논란이 미래의 인재 양성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근시안적 입시에 ‘몰빵’하는 교육 현실과 진단 및 평가 시스템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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